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팔람 공군기지서 전용기를 타고 있다. /뉴시스-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팔람 공군기지서 전용기를 타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이경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미국에서 잘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낙관론’을 펼친 셈인데, 정작 미국 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불과 이틀새 20여명 증가한 데 이어, 증시도 출렁이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 미 정치권 일각에선 트럼프의 낙관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인도를 방문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우리는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매우 통제가 잘 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은 매우 열심히 그리고 매우 똑똑하게 일해왔다”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CDC 측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CDC는 25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미국 내를 비롯해 앞으로 더 많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들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 간 확산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CDC는 대유행병 대비와 대응 계획을 전면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CDC 측의 이 같은 우려는 불과 이틀 새 자국 내 확진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CDC 측에 따르면 23일 35명이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틀만인 25일 53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25억 달러(약 3조315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요청한 것을 두고도 미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트럼프가 대외적으로는 ‘잘 통제되고 있다’며 짐짓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실제론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고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하원은 ‘코로나19가 지난 에볼라 사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추가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25일 NBC뉴스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추경안 요청은) 뒷북 대응으로 한참 늦었다. 비상사태에 전체적으로 불충분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원은 공중보건 위기의 규모와 심각성을 충분히 고려해 전략적인 자금을 마련할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에볼라 사태 당시 마련된 기금까지 포함시켜 측정한 예산안은 매우 부족하다. 효과적인 대응에 필요한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주식시장도 심상찮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24일) 대비 무려 1,000포인트 이상(3.56%) 하락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3.35%, 3.71% 하락하는 등 모든 지수가 3% 넘게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주식시장이 매우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현실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분위기다. 

CNN은 25일자 사설 등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자국의 증시가 폭락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된 입장을 주장했다”며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미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국민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낙관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이탈리아·이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라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으로 번질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트럼프의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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