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종규 기자  그야말로 ‘사외이사 대란’이다. 당국의 사외이사 임기 제한으로 상장사의 장수 사외이사들이 회사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상장사의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외이사 임기는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를 포함한 회사에서 9년으로 제한된다. 그간 제기된 사외이사의 독립성 결여에 대해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함으로써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복안이다.

이로 인해 올해 주주총회에서 161개 기업, 총 208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될 전망이다. 이들 사외이사는 모두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에서 9년 이상 재직한 장수 사외이사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제도다.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에 대해 감독 및 조언을 하는 역할도 한다. 정부는 1998년부터 상장사에 한해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외이사 제도는 ‘거수기’라는 오명 속에 유명무실해진 모습이다. 외부인사로 경영 전반의 사안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참석하지만, 대주주를 비롯한 경영진의 안건에 반대표를 제대로 던지지 못해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기관 CEO스코어가 지난 2018년 57개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 계열사 251곳의 사외이사 활동을 조사한 결과, 2018년 한 해 동안 총 2,908회의 이사회에서 6,350건의 안건이 의결됐는데, 이 중 사외이사의 찬성률은 무려 99.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350건의 안건 중 6,300건이 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비단 사외이사의 임기만을 탓할 문제는 아닌 대목이다. 임기 제한으로 장수 사외이사를 근절함으로서 사외이사의 독립성 제고가 가능할 수는 있다. 실제 장수 사외이사의 경우 이사회에 오랜 기간 참석해 온 만큼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지가 더욱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하지만 당초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경우도 있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더불어 사외이사 재선임 여부 또한 이사회에 속한 이사들이 결정하는 것 등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결여시킨다는 지적이다. 통상 재계에서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이사회 산하에 두거나, 사추위 위원장을 사내이사가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독립성은 더욱 훼손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단순히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것과 재선임 요건을 강화하는 것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게 됐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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