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중국발 항공기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온 중국인들이 중국 전용 입국장에서 특별입국절차를 거쳐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4일 중국발 항공기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온 중국인들이 중국 전용 입국장에서 특별입국절차를 거쳐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일각에서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국내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면서 한국 방문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지역이 2일 오전 9시 기준으로 80곳까지 늘어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 목소리는 정치권 이외에서도 꾸준히 있어왔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76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자리에서 “지금이라도 감염원에 대한 근본적 차단을 위해 중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하고 국내에서 진행되는 급격한 확진자 증가 사태는 내부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중국인 입국 금지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달 26일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더라도 (중국발) 입국자 중 내국인(한국인)이 절반”이라며 “(전면 입국 금지 조치로) 내국인의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나 유입 차단까지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여야 대표 회동 자리에서 황 대표의 요구에 대해 “지금 상황에선 그 조치가 실효적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 “우리는 2월 4일부터 중국 입국자 전체에 대해서 특별입국 절차를 시행 중이고 중국 후베이성은 그 전에 이미 입국 금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월 4일 특별입국 절차 시행 이후 입국자 중에 환자 발생은 전무하다. 즉 중국으로부터의 감염 문제들이 상당 부분 불식된 것 아니겠는가”라며 “(중국인 입국 금지는) 오히려 다른 나라로부터 한국이 입국 금지를 당하는 데 빌미나 명분을 줄 수 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는 감염병 차단에 실효성이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현재 중국에서 오는 모든 내외국인을 특별입국절차를 통해 입국할 수 있도록 한 상황에서 전면 입국 금지는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또한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 대응 가이드라인에 맞춘 것이기도 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은 이미 세계 제2위 코로나 발생국이다. 여러분들의 논리라면,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면 당장 한국인의 입국부터 막아야 한다”라면서 “그렇게 봉쇄가 좋으면 차라리 대구를 봉쇄하자고 해라. 감염자의 압도적 다수가 거기서 발생했고, 다른 지역 감염자의 상당수도 대구 방문자다. 왜 감염사례가 확인되지 않은 중국인 탓을 하냐”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2일 기준으로 한국 방문자에 대해 입국금지를 취한 국가·지역은 총 36명, 한국발 승객의 검역을 강화하거나 격리조치를 시행하는 국가는 44곳이다. ‘중국인 입국금지’ 목소리가 일부에서 힘을 얻던 상황에서 역으로 ‘한국인 입국금지’를 겪게 된 셈이다.

베트남의 경우 신남방 정책의 주요 협력국으로 우리나라가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는데, 입국 전 14일 이내 대구·경북에서 입국하거나 동 지역을 경유해 입국하는 외국인의 경우 입국을 중단시켰다. 

미국이 한국인에 대한 입국도 금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은 대구에 4단계 여행경보(여행금지)를 내린 상황이다. 하지만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오는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하지 않는 데 대한 질문에 “각국의 특정 지역에 한정돼 있다”고 답변했다.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들은 방역역량이 취약하거나, 바이러스가 유입될 경우 통제하기가 어려워 선제적으로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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