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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명동거리. 토요일임에도 관광객을 비롯한 인파가 많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임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재택근무 체제를 가동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생산차질로 국가 경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제조업 대표 자동차업계, 내수 판매 급감… 코로나19로 생산차질 영향

국내 제조업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자동차업계는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급감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내 자동차 생산 1위인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 27만5,044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한 수치다. 국내 판매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의 국내 판매는 전년 동월 판매대수 5만3,406대 대비 26.4%나 감소한 3만9,290대에 불과했다. 해외 판매는 전년 동월 25만9,766대에서 약 2만4,000여대 감소(10.2%↓)한 23만5,754대를 기록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1분기 내수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정부의 춘절 연휴 연장 및 가동회복 지연으로 중국산 생산 부품 차질 발생되며 울산·아산·전주공장 가동 중단사태를 겪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수요 위축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8만대에 달하는 차량 생산에 지장이 생겨 국내 판매 감소를 불러왔다.

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2만8,681대, 해외 15만9,163대(3.2%↓) 등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18만7,844대를 판매했다. 이는 내수와 수출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3.7%, 3.2% 감소한 수치다.

쌍용차 2월 완성차 판매량은 7,141대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7.4% 감소한 대수다. 수출은 7.3% 소폭 증가해 2,041대를 기록했으나, 내수 시장 판매량이 32.7%가 급감해 5,10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판매율이 가장 큰 폭으로 고꾸라진 국내 자동차 기업은 르노삼성차다. 르노삼성차는 2월 완성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39.8% 감소한 7,057대를 기록했다. 내수 판매만 놓고 보면 쌍용차의 판매량 감소치가 가장 크다. 그러나 쌍용차는 그나마 수출에서 소폭 성장한 반면 르노삼성차는 내수와 수출이 3673대, 3384대 판매에 그치면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5.4%, 50.2% 급락했다.

자동차업계는 2월이 통상적인 자동차 업계의 비수기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공장 가동이 정상적이지 못했고, 그 결과 생산·출고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설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위축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 2월, 하루 평균 수출액 11.7% 감소… 대(對)중국 수출, 21% 하락

해외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수출 금액이 412억6,000만달러(약 50조원)로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그러나 조업일수를 감안해 이를 ‘일평균 수출’로 환산할 시 1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걸쳤고, 2월은 29일까지 있는 윤년이라 2월 조업일수가 전년 동월 보다 3.5일 많았다. 공장 가동일을 기준으로 하는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해 14개월 만에 반등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출국 중에는 최대 수출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대폭 감소했다. 중국 시장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총액 기준 6.6% 감소한 89억 달러에 그쳤으며, 일평균 수출액은 21%나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은 춘절 연휴를 일주일 연장했으며, 당시 현지 공장은 대부분 휴업에 돌입했다. 이러한 현상으로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에 중국산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제조업은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고, 이는 대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지게 됐다.

이 때문에 한·중 간 생산 체계가 밀접하게 엮여 있는 자동차(-16.6%)와 디스플레이(-21.8%) 산업 부분의 수출이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지수는 96.9포인트로 전달 대비 7.3포인트 감소했다./ 뉴시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지수는 96.9포인트로 전달 대비 7.3포인트 감소했다. 사진은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앞 광장. / 뉴시스

◇ 외부활동 자제 분위기 확산, 외식·쇼핑·여행객 급감… 업계, 발만 동동

내수시장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면서 국민들이 외부활동을 최소화하고 있고, 기업들도 근로시간 단축이나 재택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있어서다. 외부활동이 뜸해지자 외식업계와 유통, 여행 등 관련 업계는 수요가 전월 또는 전년 동월 대비 급감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한 ‘외식업계 코로나19 영향 모니터링 3차 조사’ 결과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을 전후로 외식업 고객수가 3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업소 600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18일~21일 총 나흘에 걸쳐 방문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특히 18일은 대구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31번 확진 환자가 발생한 날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진 환자와 접촉이 없더라도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식당을 찾는 이들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간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대해 연이어 임시휴점 조치가 취해지자 국민들은 인파가 몰리는 장소를 기피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 면세점 매출은 지난 1월 2주차에는 전년 동기보다 2.4% 성장했지만, 3주차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전년 동기 대비 14.3% 떨어졌다. 1월 4주차에는 23.4%로 낙폭이 커졌으며, 지난달 1주차에는 전년 동기 대비 42%까지 매출이 급감했다. 이러한 현상은 2월 3주차에도 이어져 매출이 40.4%나 감소 떨어졌다.

여행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국내 주요 여행사의 상품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80% 이상 급감했다.

하나투어가 지난 2일 발표한 2월 모객 자료에 따르면 해외여행 수요(항공권 판매량 별도)는 4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4.8% 급감한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모두투어의 해외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3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차치하고, 지난해 하반기 ‘보이콧재팬’ 이후 일본 대체 여행지로 부상했던 동남아시아 지역 여행도 확진 환자 발생과 한국인 입국 금지 등으로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주 등 중장거리 지역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신규 예약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이번 달 전망도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도 “지난달 모든 상품판매를 중단한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지의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3~5월이 성수기로 알려진 웨딩업계도 울상이다. 예비 신랑신부들은 최근 코로나19 확진 환자 급증에 예식 참석 하객들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위약금을 내면서까지 예식을 하반기로 연기하는 추세다.

대구에서 웨딩플래너로 근무 중인 A씨(29·여)는 “코로나19로 3월에 예약된 예식 약 20건 중 1, 2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하반기 9월이나 10월로 연기됐다”며 “코로나19가 잦아들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면 4월과 5월도 장담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예식이 연기됨에 따라 호텔업계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 참석해 울먹이며 발언을 잠시 멈추고 있다./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 참석해 울먹이며 발언을 잠시 멈추고 있다. /뉴시스

◇ 코로나19에도 2월 소비자물가 1%대 상승률 보여, 마스크 가격 미반영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1% 오른 105.8(2015년=100)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물가가 오른 이유는 농산물·석유류의 가격이 올라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전반적인 하향세를 보였다. 평년 같았으면 졸업식이 있는 2월 대목을 맞는 화훼분야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졸업식 등이 취소가 된 경우가 많아 생화 가격이 전월 대비 11.8% 떨어졌다. 또 여행객 수가 급감함에 따라 2월 해외단체여행비는 전월보다 5.8% 하락했고, 해외 항공편의 항공권 가격도 4.2% 하락했다.

이 밖에도 생선회(-2.1%)·병원검사료(-14.2%) 등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내려가면서 서비스물가를 끌어내렸다. 이번 소비자물가 동향에는 최근 폭등한 마스크 가격은 반영되지 않았다.

통계청은 조만간 산업계 제조·생산량, 물류 유통량 및 고용과 급여 부분에 대해서도 자료를 취합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당정은 코로나19에 대응하고자 6조2,000억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이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추경예산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추경안 편성 과정에서 민주당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며 “이번 추경안에는 (코로나19 대응 외) 예비비도 대폭 보강하는 방안을 같이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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