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 때 국민의당 싹쓸이, 이번엔 ‘민주당 vs 민생당’ 구도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 총선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민생당이 치열한 호남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호남을 발판으로 전국 선거 승리를 노리고 있다. 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 호남 지역 승리가 절실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수도권을 비롯한 격전지에서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싹쓸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원내1당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지역구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텃밭이었던 호남 회복은 필수다.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민생당도 호남 지역 수성을 통해 제3정당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통합해 탄생한 ‘민생당’은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당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이 때문에 호남 선거는 곧 민생당의 운명과도 직결돼 있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었지만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압승하면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국민의당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에서 탈당한 안철수ㆍ김한길 의원과 호남지역 의원들이 창당한 정당이다. 이후 2018년 2월 바른정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하면서 해산됐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 28석(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 가운데 23석(광주 8석, 전북 7석, 전남 8석)을 획득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북 익산갑과 완주ㆍ진안ㆍ무주ㆍ장수, 전남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 등 3곳에서만 겨우 승리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남 순천시와 전북 전주시을 두 곳은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 이정현, 정운천 의원이 각각 차지했다.

20대 총선에서 호남이 ‘민주당 vs 국민의당’ 구도가 형성됐었다면 지금은 야당의 이합집산 끝에 ‘민주당 vs 민생당’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현재 호남 28석 지역구 가운데 민생당 소속 의원은 13명, 민주당 소속 6명, 무소속 7명(김종회 의원 포함), 미래한국당 1명, 국민의당 1명이다. 김종회 의원(김제·부안)은 9일 민생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 민생당 현역 중진 수성이냐 vs 민주당의 탈환이냐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대진표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광주 서구을에서는 6선 천정배 민생당 의원과 양향자 민주당 전 최고위원 간의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광산갑에서는 4선의 김동철 민생당 의원에게 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광주 동남을은 박주선 민생당 의원이 5선 도전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이병훈 전 광주 문화경제부시장이 최근 민주당 경선을 통과했다.

전남의 경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목포에서는 4선의 박지원 민생당 의원에게 민주당 후보로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비례대표)도 목포에서 뛰고 있다.

전남 고흥ㆍ보성ㆍ장흥ㆍ강진에서는 3선을 노리는 황주홍 민생당 의원과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김승남 전 의원이 맞붙는다. 여수을에서는 민주당 공천권을 획득한 김회재 변호사가 주승용 민생당 의원(4선)과 금배지 경쟁을 벌이게 됐다.

전북 전주병은 4선 정동영 민생당 의원이 고교·대학교 후배인 민주당 후보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4년 만에 재대결을 펼친다. 정읍ㆍ고창은 민주당이 유성엽 민생당 의원(3선) 맞상대로 윤준병 전 서울시행정1부시장을 투입했다. 익산을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맞붙었던 민주당 후보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조배숙 민생당 의원(4선)과 다시 경쟁을 벌인다.

전북 군산에서는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김관영 무소속 의원(재선)과 민주당 공천을 받은 신영대 전 청와대 행정관이 8년 만에 다시 승부를 펼치게 됐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김 의원이 민주통합당 후보로, 신 전 행정관은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다.

이 처럼 민생당 소속 현역 중진이 호남 수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따라서 지역 기반이 탄탄한 현역 의원을 꺾고 민주당이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현역 중진 의원에 대한 피로감과 집권여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전남도당 한 관계자는 9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 돌풍이 일었던 지난 총선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해줬지만 지역에 어떤 변화도 없었기 때문에 여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민생당 핵심 관계자는 <시사위크> 기자와 만나 “호남에서 민주당과 일대일 경쟁 구도를 만들어 최대한 의석을 확보하고 다음 대선에서 민생당이 중도개혁 세력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호남에서 28석 가운데 최소한 절반, 14석 이상 승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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