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고속이 결산 현금배당을 차등배당으로 실시한다. /천일고속 홈페이지
천일고속이 결산 현금배당을 차등배당으로 실시한다. /천일고속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고배당주’의 대표주자 천일고속에서 변화가 포착됐다. 그동안 최대주주의 증여세 납부를 위한 고배당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번엔 최대주주를 제외하고 소액주주에게만 배당을 실시한다.

천일고속은 최근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한 결산 현금배당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주당 1,000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실시한 바 있는 천일고속이 책정한 결산 현금배당은 주당 2,000원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결산 현금배당이 ‘차등배당’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은 소액주주에게만 지급되며, 최대주주 측에 대해선 배당을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천일고속의 결산 현금배당 총액은 4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상당히 큰 변화다. 천일고속은 지난해 세 차례 분기 현금배당을 총해 총 42억8,100만원을 배당했다. 2018년엔 연간 현금배당 총액이 85억6,200만원이었고, 2017년엔 무려 218억3,300만원의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2016년 114억1,600만원, 2015년 85억6,200만원 등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실시한 현금배당 총액은 546억5,400만원에 달한다.

이 기간 천일고속의 현금배당성향은 대부분 100%를 훌쩍 넘겼다. 자산을 대거 매각해 당기순이익이 높았던 2017년을 제외하고, 2016년 456.81%, 2015년 185.02%의 현금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한 2018년엔 현금배당성향이 -4,131.31%에 달하기도 했다. 실적과 무관하게 고배당기조를 이어왔던 것이다.

천일고속의 이 같은 행보가 시작된 것은 2015년이다. 당시 창업주인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은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지분 68.77%를 실명으로 전환한 뒤 두 손자에게 증여했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600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에 오너일가 3세인 박도현 천일고속 대표이사 및 박주현 부사장은 막대한 증여세 부담을 떠안게 됐고, 이때부터 천일고속의 고배당기조가 시작됐다. 천일고속의 배당금 중 상당부분은 각각 지분 44.97%, 37.24%를 보유한 박도현 대표 및 박주현 부사장에게 돌아갔다.

이번 차등배당 결정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5년간 이어져온 천일고속 고배당기조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천일고속의 배당 여력이 떨어지고 최대주주 일가의 증여세 충당이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고배당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주식시장 관계자는 “천일고속의 고배당은 최대주주 일가의 증여세 납부와 맞물려 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며 “주가에 반영돼있던 배당 기대감도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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