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민생당이 11일 범여권 진보진영이 추진 중인 비례연합정당 참여 등 주요 현안에 지도부 의견이 엇갈리며 거센 내홍에 휩싸였다. 당 최고위원회는 사실상 파행을 거듭하며 선거대책위원회·공천관리위원회 발족도 뒤로 미뤄졌다.

지난달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생당이 출범 20일도 안돼 섣부른 합당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모습이다. 총선이 30여일 남은 가운데 갈 길 바쁜 지역위원장들과 당원들은 당 지도부의 불협화음에 강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당 최고위원회의는 난장판에 가까웠다. 최고위 시작 전 민생당 지역구 출마자들은 총선 체제로 전혀 나아가지 못하는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기자단에 배포하고 "선대위·공관위를 구성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소동이 일단락되고 공동대표 모두발언 차례가 됐다. 그러나 정치권 최대 현안인 비례연합정당에 대해 바른미래당계 김정화·대안신당계 유성엽·민주평화당계 박주현 공동대표 3인의 생각이 모두 달랐다.

김정화 공동대표는 “비례연합정당은 거대양당제로의 회귀를 더욱 촉진할 뿐"이라며 “만에 하나 우리 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다면 중도개혁세력을 결집시켜야 할 우리 당의 목에 스스로 칼을 꽂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정치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적 여망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유성엽 공동대표는 “(비례연합정당에 대해) 조금 더 다른 관점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비례정당 자체는 우리가 지난해 4+1 협의체로 어렵사리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당은 개정 선거법 자체를 무력화하는 비례전용정당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유 공동대표는 “지금 한국당과 적폐세력의 준동을 막지 못하면 더 큰 실패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반(反)적폐·반한국당 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주당의 전 당원 투표가 나올 때까지 우리 당에서도 심도 있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주현 공동대표는 “민주당에게는 비례민주당 포기를 압박하고 동시에 미래한국당을 밀어낼 제3지대 선거연합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민생·개혁·실용·통합을 기치로 민생개혁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비례연합정당에 대해 김 공동대표는 ‘결사 반대’를, 유 공동대표는 반미래통합당 연대를 빌미로 한 ‘사실상 참여’ 의견을, 박 공동대표는 친문·반문진영에 민생당 위주 제3지대 선거연합까지 ‘비례정당 다자구도 형성’이라는 또다른 의견을 낸 것이다.

최고위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약 1시간 동안 격론이 오갔다. 정작 비례연합정당 이견이 아닌 선대위·공관위 구성 문제, 당헌당규 재개정안 중 현역 비례대표 재추천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조항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대위·공관위 발족을 비롯해 당헌당규 재개정 등 안건 상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안건에 문제가 있다’며 상정에 거듭 제동을 거는 박주현 공동대표에 격분한 이인희 최고위원·강신업 대변인 등 바른미래당계 관계자들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한다.

바른미래당계 강신업 대변인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밀린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해야 하는데 박주현 공동대표가 계속 의결 연기를 주장했다”며 “박 공동대표가 공관위를 구성할 때 지역구와 비례를 나눠서 구성하고, 비례대표 재선을 막는 규정에 문제가 있으니까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당장 총선까지 시간이 없는데 왜 지역구와 비례를 나눠 공관위를 구성하느냐”며 “지도부가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니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박주현 공동대표는 당헌당규 재개정안 중 비례대표 재선 봉쇄조항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바 있다. 그는 지난 9일 통화에서 “민생당은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새 당인데, 애초에 (비례대표) 문을 닫는 것은 합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며 “열심히 활동해왔던 비례의원들이 그 자체로 모욕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부터 지역위원장까지 강한 파열음을 내면서 당 내부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총선이라는 중대 과제를 앞두고 3당이 힘을 합하기 위해 모였는데, 서로 파트너가 아닌 적이 된 상황”이라며 “통합은커녕 분열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갈등이 계속되면 국민 외면은 당연한 수순이다.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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