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인재 19, 20호 환영식을 마친 뒤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부터 20호인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인재 19, 20호 환영식을 마친 뒤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부터 20호인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 총선을 위한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민주당 영입 인재 20명의 행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영입 인재들의 활약상은 과거에 비해 저조했다. 과거 총선에서는 대부분 비례대표 후보 당선권에 배정되거나 당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지역구에 배치됐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 하는 지역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예 출마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도 있다. 비례대표 후보에 도전한 인사들의 경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민주당의 비례대표 연합정당 참여 가능성으로 앞날이 불투명하다. 

영입인재 20명 가운데 12명은 지역구 전략공천을 받았고, 5명은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2명은 총선 불출마 결정을 했으며 영입 인재 2호로 ‘이남자’(20대 남자) 표심을 잡기 위해 영입된 원종건 씨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진 사퇴했다.

우선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는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오영환 전 소방관은 경기 의정부갑, 홍정민 변호사는 경기 고양병,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경기 고양정, 이소영 변호사는 경기 의왕·과천에 배치됐다.

또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출신 최지은 박사는 부산 북강서을, 이탄희 전 판사는 경기 용인정,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서울 동작을, 임오경 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은 경기 광명갑, 홍성국 전 미래에셋 대표는 세종갑,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경남 양산갑,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서울 금천구에 전략공천됐다.

다문화 인사로 영입된 원옥금 주한 베트남교민회장은 일반경쟁분야 비례대표 후보에 도전했으나 국민공천심사단 투표에서 탈락했다. 교통사고로 아들 태호를 잃은 이소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와 이경수 이터 국제기구 부총장은 일반경쟁분야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됐다.

영입 인재 1호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는 제한경쟁분야 가운데 비례대표 1번(여성장애인)에 도전해 다른 두 명의 후보자와 겨룬다.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2번(외교·국방)에 공천을 신청했다.

일반경쟁분야(21명)와 제한경쟁분야(4명) 비례대표 후보 25명의 순번은 오는 14일 민주당 중앙위원회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만일 민주당이 비례대표 연합정당 참여를 최종 결정하게 되면 비례대표 후보들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해찬 대표는 당선 가능권 앞순위에는 소수정당을 배정하고 후순위에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배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민주당은 현재 비례대표 후보 당선권을 최대 7명 정도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추후 민주당의 영입 인재들이 당선권 순번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당 내에서 다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방위산업 전문가 최기일 건국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와 스타트업 활동 경험자로 영입된 조동인 미텔슈탄트 대표이사는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최기일 교수, 조동인 대표이사 2명은 비례대표나 지역구에서 뛰지 않고 향후 다른 형태로 당이나 정부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구 선거를 뛸 의사가 있는지, 비례대표로라도 원내에 들어오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등 본인이 원하는 바와 상황을 조율해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던 최 교수와 조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영입 인재들의 비례대표와 지역구 배치는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

민주당의 이번 21대 총선 인재 영입 작업은 ‘친문 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최재성 전략기획자문위원장 주도로 진행됐다. 양 원장과 최 의원이 발굴한 인사는 인재영입위원장인 이해찬 대표의 최종 면접을 거쳐 영입 인재로 발탁됐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위원장으로 주도한 인재 영입은 ‘문재인 키즈’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인재 영입은 초반은 감동을 주는 스토리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원종건 씨가 ‘미투 의혹’으로 사퇴한 이후에는 ‘표절 의혹’ ‘스펙용 창업’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법농단 사태 관련 판사들이 다수 영입되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2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인재 영입이 국회의원의 역량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이벤트성, 스토리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잡음이 많았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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