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 “헬릭스미스, 이연제약에 VM202 기술자료 일체 제공하라” 판정
VM202 국내 생산·임상·신규적응증 상용화, 계약상 이연제약 권리
이연제약, 헬릭스미스 VM202 모든 적응증 국내 권리 인정받아… “임상3상, 속도 낼 것”
헬릭스미스 “임상시험 관련 자료, 이미 대부분 제공… 누락된 부분 있다면 추가 제공”

/이연제약
이연제약과 헬릭스미스가 2년간 계약 내용을 두고 빚어오던 갈등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남아 이연제약 측의 VM202 상용화가 시급해 보인다. 이연제약이 현재 건설 중인 충주공장 조감도. /이연제약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이연제약은 지난 12일 대한상사중재원(이하 중재원)이 헬릭스미스의 계약 의무 불이행을 지적하고, 양사의 계약에 따라 헬릭스미스는 이연제약에게 VM202의 국내 상용화에 필수적이나 제공하지 않았던 기술 자료 모두를 제공하라는 중재 판정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이로써 헬릭스미스는 자사 유전자 치료제 ‘VM202(엔젠시스)’의 국내 생산과 신규적응증에 대해 국내 상용화를 하려면 이연제약과 협력해야 한다.

단, 해외 원료생산과 특허 소유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VM202의 해외 제품생산 및 해외 적응증 임상에 대한 권리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향후 이연제약 측이 VM202를 정상적으로 생산하고 임상을 거쳐 상용화 할 시 다시 따져봐야 하는 부분으로 남겨둔 셈이다.

◇ 2년간의 갈등 종지부… 중재원 판정, 법적효력 지녀

양사는 약 2년 전 ‘VM202’의 특허 및 생산 관련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시 이연제약은 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가 계약 의무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2018년 5월말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연제약이 신청한 중재 내용으로는 VM202에 대한 △국내외 특허 지분 변경(명의 변경 및 이전을 통해 50% 지분 요구) △전임상 연구 및 임상 데이터 제공 △해외 공장에서 이뤄진 DNA 원료 및 완제 생산에 대한 자료 제공 등이다.

이연제약은 이 같은 요구사항에 대해 지난 2004년 ‘VM202’ 개발에 투자할 당시 계약서에 명문화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헬릭스미스는 이연제약 측이 신청한 중재에 대해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계약에 명시된 기술과 자료는 모두 제공했다”고 맞서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중재원은 약 1년 10개월간 양사의 계약서를 검토하고 중재절차를 거쳐 이연제약의 권리를 일부 인정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양사의 계약에 대해 “수십 회에 걸쳐 작성된 합의서들을 바탕으로 볼 때, VM202 국내 상용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상당 기간 동안 계속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는 쌍무적, 계속적 계약”이라며 “VM202 계약은 심혈관 적응증에 국한된 계약이 아니라 모든 적응증에 대해 적용된다”고 판정했다.

이연제약 측은 중재원 판결은 VM202 상용화 기여도가 인정될 뿐만 아니라 당뇨병성 신경병증(DPN)·당뇨병성 족부궤양(DFU)·루게릭병(ALS)·관상동맥병(CAD)과 신규 적응증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 등 VM202의 모든 적응증에 대한 이연제약의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헬릭스미스는 당사와 합의 없이는 어떤 신규적응증에 대해서도 국내 상용화를 진행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중재원 판정에 따라 헬릭스미스는 이연제약에게 제공하지 않았던 VM202 임상 3상을 위한 기술 자료들 일체를 제공해야 한다. 이 의무는 계약기간 내내 유지된다. 

다만 중재원은 특허와 관련해서는 비용이나 장비 제공 등의 이연제약의 일부 기여가 인정되나 상호 서면 합의가 없었기에 계약서 해석상 공동소유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정했다.

중재원 판결은 단심제로 운영되며, 결과는 법적 효력을 지닌다. 그럼에도 헬릭스미스가 판정의 주요 내용인 VM202 임상3상에 필요한 기술자료 제공 등 협력을 이행하지 않을 시 이연제약은 향후 추가로 집행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이번 중재 판정에 대해 이연제약 측은 “VM202와 관련된 계약상 권리가 재확인 됐다”면서 “계약 불이행 책임이 중재 판정을 통해 확인됨에 따라, 헬릭스미스는 도의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환 이연제약 대표는 “이번에 중재 판정 결과에서 재확인된 계약상의 권리를 바탕으로 헬릭스미스 측으로부터 품목허가에 필요한 기술 자료 등을 제공받아, 현재 이연제약에서 진행 중인 VM202의 국내 임상 3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번 중재 판정을 통해 헬릭스미스의 책임이 분명하게 드러난 이상 신속한 계약상의 의무 이행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연제약은 지난 2004년 4월, 당시 초기 바이오벤처였던 헬릭스미스(바이로메드)와 VM202에 대해 국내 독점 생산·판매권 및 전 세계 원료의 독점 생산권을 포함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헬릭스미스
헬릭스미스 측은 이번 중재원 판단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정을 내려줘 감사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 헬릭스미스

이와 관련 헬릭스미스 측은 중재원 판정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이미 엔젠시스(VM202) 국내 생산 및 임상 진행에 필요한 자료는 이연제약 측으로 모두 제공한 바 있다”며 “해당 자료만을 가지고도 임상3상을 진행할 수 있음에도 이연제약 측이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검토를 거쳐 누락된 부분이 있다면 추가 자료 제공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재원 판정에 따라 계약서 상 엔젠시스 해외 생산 및 해외 적응증 임상 실험에 대한 권리는 헬릭스미스가 가지고 있는 것이 재확인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연제약은 현재 2,400억원 규모의 충주공장을 건설 중이며, 그 중 유전자치료제 및 VM202의 상용화 시 대량생산을 위한 바이오 공장 건설에만 8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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