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V-리그 우승을 향해 나아가던 우리카드 위비가 코로나19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뉴시스
창단 첫 V-리그 우승을 향해 나아가던 우리카드 위비가 코로나19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프로배구 V-리그의 우리카드 위비는 ‘우여곡절의 아이콘’이다. 2008년 대우자동차판매의 자회사 우리캐피탈에 의해 V-리그 출범 이후 첫 신생구단으로 창단됐으나 이후 ‘모기업 수난사’가 계속됐다.

V-리그에 합류해 불과 2시즌을 소화한 2011년, 대우자동차판매는 부도를 맞았다. 이에 전북은행이 우리캐피탈을 인수했으나, 배구단까지 인수하진 않았다. 배구단의 연고지가 서울인데다, 전북지역엔 이미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인 프로농구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우리카드는 2011-12시즌을 ‘드림식스’라는 이름으로 한국배구연맹의 지원금을 받아 연명했다. 이듬해인 2012-13시즌은 러시앤캐시와 스폰서십을 맺었으나, 대부업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카드의 성적은 바닥을 맴돌았고,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내부 갈등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창단 직후 네 시즌은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

우리카드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2013년이다. 우리금융지주가 배구단 인수에 관심을 보였고, 우리카드가 운영 주체로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은 계속됐다. 우리금융지주는 회장 교체 및 민영화 추진을 이유로 들며 인수 계획을 발표 석 달 만에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에 거센 비판여론이 일며 우리금융지주의 ‘전면 재검토’ 방침은 철회됐으나, 이듬해 재차 ‘매각설’이 대두됐다. 선뜻 인수에 나서는 곳도 없는 가운데, 우리카드는 ‘미운오리’의 설움이 계속됐다.

우리카드의 이 같은 설움은 2015년 봄에 이르러 마침내 해소됐다. 우리금융지주가 배구단 매각 계획을 전면 철회하면서 우리카드는 늘 조마조마했던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이다.

지긋지긋한 불확실성에서 벗어난 우리카드는 마침내 진정한 봄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2018-19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치며 창단 후 첫 ‘봄 배구’ 무대를 밟았다. 비록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는 더 멀리 뛰어오르기 위한 도움닫기였다.

우리카드는 올 시즌 32경기에서 25승 7패를 기록하며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대한항공보다 승점 5점 앞서 있다. 특히 시즌이 후반부로 접어든 2월 중순부터 내리 5연승을 달리며 매서운 기세를 이어갔다. 단 4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감격적인 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의 장애물이 등장했다. 그것은 선두권을 다투던 상대 구단도, 핵심 선수들의 부상도 아닌 바로 코로나19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V-리그는 이달 초 리그를 전면 중단했다. 무관중경기조차 치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씩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나, 리그 재개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급증할지 알 수 없는데다, 정부의 관련 지침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카드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단 4경기만 더 치르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설사 리그가 재개돼 우승을 하더라도 뒤숭숭한 분위기로 인해 우승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상당수 팀의 핵심자원인 외국인 용병선수들이 코로나19 우려로 우리나라를 떠난 만큼, 빛바랜 우승이 될 여지도 있다. 최악의 경우 이대로 올 시즌을 종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러모로 우승의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카드이기에 이러한 상황이 더욱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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