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공천 잡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김 위원장의 사퇴는 ‘친문(親文) 인사’ 논란을 빚은 김미균 강남병 후보를 공천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공관위는 이날 김 후보 공천을 하루만에 철회했다.

그러나 강남병 외에도 김 위원장을 둘러싼 ‘사천(私薦) 논란’이 휘몰아치는 상황이었던 만큼, 당 내에선 김 위원장의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공관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공관위는 이석연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김 위원장은 “공관위원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셨다”며 “제 사직을 통해 더욱 더 통합당을 중심으로 당이 보수 중심가치를 잘 지켜나가 국민 지지와 기대를 받는 당으로 커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사퇴의 촉매가 된 김미균 후보는 과거 친여(親與) 성향의 소셜미디어 행적이 알려지며 정치적 정체성 논란을 빚었다.

덩달아 '공관위가 통합당 텃밭인 강남병에 친문 인사를 공천했다'는 당내 비판이 빗발쳤다. 김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 아침에 문빠가 돼 있더라”라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가 좋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해도 유권자 취향과 거리가 있다면 최종 판단과 책임은 제게 있다”며 “김 후보같은 원석같은 존재를 어렵게 모셨는데 부득이 철회해야 해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사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사퇴를 강남병 공천 책임에 국한할 수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컷오프된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협잡공천’이라는 비판과 반발에도 흔들림 없이 칼자루를 휘둘렀다.

결국 홍 전 대표는 경남 양산을에서 대구로 옮겨 무소속 출마를 예고했고, 김 전 지사는 이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두 인사 외에도 윤상현·곽대훈 의원 등 공관위 처사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속속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전날(12일)에는 황교안 대표를 위시한 최고위원회가 공관위에 공천 갈등이 거센 6개 지역의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공관위가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성갑 등 지역구 2곳의 결정을 번복하면서 또 다른 불만이 터져나왔다. 앞서 인천 연수을에 단수공천됐던 민현주 전 의원은 현역 민경욱 의원과 2자 경선으로 바뀐 뒤 당 지도부와 공관위를 강력 비판,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갑작스런 공천 번복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낙천 인사들의 불만 제기,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등 공관위는 연일 내부 반발세력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였다.

실제 홍 전 대표는 이날 김 위원장 사퇴 직후 페이스북에 “공당의 공천을 막천으로 만들고 혼자 사퇴한다고 해서 그 죄상이 묻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같이 부화뇌동하고 거수기로 따라간 허수아비 공관위원들도 모두 사퇴하는 것이 맞다. 이제 공관위가 무슨 권위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사실상 불명예 사퇴한 만큼, 남은 공천 일정을 원활히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연장선상에서 공관위원 전면교체 수순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미 황교안 대표까지  공관위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 만큼, 현 공관위에 더 이상의 동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공관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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