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라스비엑스가 박정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오는 27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아트라스비엑스가 박정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오는 27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의 계열사인 아트라스비엑스가 구속 및 기소된 그룹 오너일가의 범죄 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그룹 출신 인사를 새 대표이사로 내정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소액주주 측과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 아트라스비엑스의 새 대표, ‘논란의 인물’

아트라스비엑스는 오는 27일 대전에 위치한 본사 대강당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정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전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박정호 전무는 아트라스비엑스의 사내이사 선임 이후 대표이사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트라스비엑스는 지난 1월 배호열 전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돌연 사임한 뒤 최석모 상무가 임시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정호 전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요직을 거친 인물이다. 하지만 그룹 오너일가의 범죄 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꼬리표도 붙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오너일가 3세 두 형제가 현재 나란히 재판을 받고 있다. 동생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지난해 11월 전격 구속됐고, 형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도 기소를 면치 못했다.

조현범 사장은 납품 등을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혐의와 관련해 박정호 전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박정호 전무는 구매담당 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조현범 사장으로부터 특정 계좌번호와 함께 500만원을 입금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해당 계좌번호를 하청업체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받고 있다. 실제 해당 하청업체 대표는 해당 계좌번호로 2008년 3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매달 500만원을 입금했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입금한 자금은 총 6억1,500만원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호 전무는 하청업체 대표에게 조현범 사장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납품 대가가 아닌 개인적인 친분에 따른 부탁일 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범 사장과 선을 긋는 한편, 대가성 또한 부인한 것이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그룹 오너일가의 유·무죄 여부는 물론 박정호 전무의 연루가 인정될지 여부도 알 수 없다. 다만, 오너일가의 범죄 혐의에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이 계열사 요직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아트라스비엑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소액주주 측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사측이 선임하려는 박정호 사내이사는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지배주주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대주주 일가이자 그룹 대표이사인 조현범의 업무상 횡령 등 범죄에 조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고 이사의 자격을 엄격히 강화하는 등 경제정의실천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이때, 이런 범죄혐의 인물을 회사 대표이사로 선임하려 한다는 것은 정부와 소액주주를 대놓고 우롱하는 처사“라며 해당 안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아울러 다른 일반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며 또 한 차례 ‘표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아트라스비엑스의 올해 주주총회는 박정호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외에도 곳곳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 측은 아트라스비엑스 사측이 상정한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한편, 이에 대응하는 주주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사측은 주당 400원의 현금배당 안건을 상정한 반면 소액주주 측은 주당 1만1,000원의 현금배당을 요구했고, 별도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자도 추천했다.

아트라스비엑스와 소액주주 측의 이 같은 갈등은 2016년 자진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진 바 있다. 소액주주 측은 최대주주에게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자진상장폐지 추진이자, 자신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방식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소액주주 측은 사측이 후보자로 내세운 인물들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저지하고, 꾸준히 주주제안을 제시하는 등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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