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불출마 의원 물밑 설득 불구 대체적 부정적 기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의원들과 오찬을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의원들과 오찬을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정당의 투표용지상 기호를 앞 번호로 받기 위해 ‘의원 꿔주기’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하고 물밑 설득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파견한 의원이 현재까지 6명이기 때문에 통합당보다 앞 번호를 받기 위해 현역 의원 7∼8명을 연합정당으로 파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통합당의 ‘의원 꿔주기’를 꼼수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이 그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불출마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합정당 파견을 위한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대신 공개적으로 ‘연합정당행’을 요청할 경우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 물밑 설득에 주력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불출마 의원들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불출마 의원들과 ‘릴레이 오찬’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17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심기준·이규희·이훈 의원 등과 오찬을 함께 했으며 오는 18일에도 일부 불출마 의원들과 오찬을 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전날에는 강창일 의원과 오찬을 했다. 강 의원 이외에 이석현 의원 등 불출마 중진들을 다수 초대했으나 나머지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와 불출마 의원들의 오찬은 연합정당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함이 아니라 불출마를 위로하고 총선 지원을 요청하기 위함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사실상 연합정당 파견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명시적으로 연합정당에 가겠다는 의원은 없는 상황이다. 대체적으로 부정적 기류가 강해 ‘의원 꿔주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석현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 통화에서 “비례 연합정당에 가지 않는다. 경선 이전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2위 후보를 22%포인트 차이로 앞서 특별 당규 조항에 따라 단수공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당이 흥행을 위해 경선을 하자고 해서 수용했다가 패배했다”며 “저는 이미 당을 위해서 헌신을 많이 했고 연합정당에 가는 것은 소신과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앞으로 당에서 해야 할 일도 있고 당적을 옮기면서까지 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며 “연합정당으로 가는 것은 일종의 위장 전입인데 그것을 하려면 지역구 주민들에게 허락을 받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걸 의원 측도 본지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생각이 없다. 지난 정치 생활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이라며 “그렇게 단순하게 이름만 빌려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당은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 작업 착수에 “볼수록 가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공격을 퍼부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 2월 우리 당 의원들이 미래한국당에 입당을 하자 ‘의원 꿔주기 꼼수’라고 비난했다. 황교안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며 “그러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비례연합정당에 의원 꿔주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행태가 볼수록 가관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해찬 대표는 이에 대해서 직접 해명해야 할 것이며, 즉각 검찰 고발을 취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거대양당의 ‘의원 불법파견’은 선거제 개편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승자독식 기득권 정치를 강화해 민심 도둑질을 넘어 이중으로 착취하겠다는 것”이라며 “유구한 역사 동안 갖은 술수를 부려온 통합당이야 그렇다쳐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민주당마저 사도를 걷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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