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해 ‘비상경제시국’을 선언하고 히든카드를 꺼냈다.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특단의 대책을 신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으로서 국민 경제가 심각히 위협받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범정부적 역량을 모아 비상한 경제상황을 타개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신속히 결정하고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은 금융 분야 위기에서 비롯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 심각하다”며 “일상적인 사회활동은 물론 소비·생산 활동까지 마비돼 수요와 공급 모두 급격히 위축되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타격을 받는 그야말로 복합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 GDP 성장률은 4분기에 전분기 대비 -5.1%까지 추락하는 등 외환위기(1997년) 이후 최악이라 평가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비상’이라는 단어를 14차례 언급했다. 그 당시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고 청와대와 정부는 판단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19일 첫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문 대통령이 주재한다”고 밝혔다. 회의는 청와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회의 참석 주체와 운영 방식은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다.

이같은 정부 주도 비상경제체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이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가 가동된 바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월 대통령 직속으로 ‘비상경제대책자문위원회’가 구성됐고, 정부 고위급 인사와 한국은행 총재, 재계·학계·언론계·금융계 등에서 두루 참여했다. 

이듬해인 1998년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경제대책조정회의’가 매주 열렸다. 당시 회의에는 경제관계 장관들과 금융당국 수장,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분야 책임자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에 ‘경제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성격을 부여하고, 비상경제시국 타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비상경제회의는 비상경제시국 헤쳐 나가는 경제 중대본”이라고 규정하면서 “코로나19와 전쟁하는 방역 중대본과 함께 경제와 방역에서 비상국면을 돌파하는 두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상경제회의에는 정부부처 장관 뿐 아니라 기업인, 경제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범경제주체 회의가 될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정부부처 만으로는 현장의 문제점을 바로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경제주체와 전문가 그룹의 의견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3번의 정부주도 비상경제체제에서도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참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특단의 대책”,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유례없는 비상상황이므로 대책도 전례가 없어야 한다”는 등 강한 어조로 실효성 있는 방안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기존에 재난이 닥쳤을 때 관성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처리될 것으로 알려진 11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포함한 32조원 규모의 종합대책 외에도 ‘파격적 수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수 위축 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침체될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국고를 아끼기 위해 통상적인 수준의 대책만 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를 연다. 이날 한정우 춘추관장에 따르면, 이 회의는 모든 경제 주요 주체들이 참석해 코로나19로 유발된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비상경제 상황을 돌파하자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회의에서는 잠석자 모두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계 간담회는 지난달 13일 6대 그룹 간담회, 21일 내수·소비업계 간담회 이후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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