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주주연합 사내외이사 ‘모두 찬성’… 찬성 이유, 보고서에 없어
한진그룹 “KCGS·ISS 결과와 상반… 서스틴베스트, KCGI·반도건설과 연관 가능성도”

KCGI가 한진칼 이사회 측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시스
서스틴베스트가 3자 연합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한진칼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3자 주주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유리한 보고서를 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서스틴베스트는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3자 연합이 제안한 사내외이사 후보에 대해선 ‘모두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스틴베스트의 이러한 보고서는 앞서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에 대해 ‘찬성’ 및 3자 연합이 제안한 사내외이사 후보 ‘일부 찬성’ ‘모두반대’ ‘모두불행사’ 권고를 한 것과는 상반된 의견이다.

서스틴베스트는 ‘2020년 한진칼 주주총회 주요 안건 의견’ 보고서를 통해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사유로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지적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지속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킴에 따라 한진칼을 포함한 전 그룹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스틴베스트는 “2018년 8월 진에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제재는 조 회장의 비정상적인 경영 행태에서 촉발된 측면이 있다”며 “두 차례 진에어의 경영문화 자구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제재가 현재까지 유지되게 한 책임이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최근 5년간 항공 관련법 위반한 사례도 덧붙였다.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약 76억원 규모의 국토부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운항 횟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과징금 부과 회수 및 규모가 많다고 할 수 없고, 대부분 임직원의 업무상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항공 안전과 관련한 반복되는 행정처분에 대해 지휘통제 상 대표이사에게 일부 감독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한진그룹은 현 지배주주일가 중심의 경영체제에서 탈피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체제가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보다 긍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한진칼 이사회 측이 제안한 박영석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도 반대했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인 박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재직할 경우 이해 상충 여지가 있어 사외이사 직무에 충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한진칼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 건에 대해서는 ‘주의적 찬성’을 권고했다. 주의적 찬성은 결격사유나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장기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 여부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양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들의 경우 이사로서의 결격사유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아 찬성을 권고해야 하나, 한진칼 측이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 1명, 사외이사 후보 4명은 장기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 여부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 안이 가결되는 경우, 동 후보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구성돼 한진그룹은 지배주주 일가의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우려한 대목이다.

반면, 서스틴베스트는 3자 연합 측에서 제안한 사내외이사 후보에 대해선 단 1명도 반대를 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찬성 이유는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서스틴베스트 측에 문의를 했으나 “별 다른 결격사유가 없어 기재를 하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뉴시스
한진그룹은 서스틴베스트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즉각 반박하면서 3자 연합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태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뉴시스

◇ 한진그룹 “서스틴베스트, 편향된 자문… 객관성에 문제”

서스틴베스트의 보고서가 나오자 한진그룹 측은 즉각 반박자료를 발표했다.

한진그룹은 “권위있는 의결권 자문 기관과는 반대 결론을 내린 서스틴베스트는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며 “3자 연합 쪽으로 기울어진 일방적 결정을 내린 서스틴베스트의 보고서는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진그룹 측이 서스틴베스트 자문에 대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고 지적한 이유는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 후보들도 서스틴베스트의 기준에 대입해 볼 경우 결격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이 제안한 김신배 사내이사 후보의 경우 포스코와 푸르덴셜생명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며, 함철호 비상무이사 후보도 항공경영분야 종합 컨설팅 회사 대표이사다. 구본주 사외이사 후보 또한 반도건설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에서 재직한 이력이 있다.

이들의 이력은 서스틴베스트가 박영석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 권고를 한 이유인 ‘이해상충의 여지’에 해당될 수 있다. 특히 반도건설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에서 근무했던 구본주 사외이사 후보를 찬성했다는 점도 논란을 낳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문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진 측은 이와 함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의 이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류영재 대표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초대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강성부 KCGI 대표가 이 포럼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올해 지난달 14일과 17일, 한진칼과 KCGI에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 바 있다. 공개토론회가 성사되지 않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같은 달 27일 공개적으로 조원태 회장이 연임 성공 시 과거 경영성과 악화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과 기존 전문 경영진 교체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또한 서스틴베스트는 올해 초 이례적으로 ‘2020 정기주주총회 시즌 프리뷰’라는 보고서를 내는 등 한진칼에 줄곧 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한진그룹 측은 “이 같은 점을 미뤄볼 때 과연 서스틴베스트가 공정성이 생명인 의결권 자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에 합당한 중립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사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에 합세해 한진그룹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한진그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스틴베스트에는 KCGI와 연관된 사람이 있는데 중립적인 입장에서 현 상황을 바라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이미 국내외 권위있는 의결권 자문 기관이 한진칼 측의 사내외이사 후보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아마도 서스틴베스트가 KCGI 측의 편을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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