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보루 국내선까지 운항 중단… “여객 없어 비행 할수록 손해”
항공업계 “사태 장기화시 도미노 우려, 자금지원 절실”

이스타항공이 보잉 737-맥스8 운항중단 관련 대책으로 보잉 737-800 기종 2대를 신규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지 못하고 셧다운을 선포했다. /이스타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이스타항공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국내선마저 운항을 중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셧다운(영업정지)’을 선포한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면 또 다른 항공사가 셧다운을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국내선 전 노선·전 시간대 비운항 조치에 대해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앞서 지난 9일부터 국제선 영업을 모두 중단,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만 운항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탑승객 수가 급감하면서 급기야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김포·청주·군산∼제주 노선 운항을 한 달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여객 수요가 급감해 현 상황에서는 비행을 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 달간 전 노선을 운항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항공사(FS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국내선 7개, 국제선 21개 노선만을 운항하고 있다. 기존에 운항하던 국내선 17개, 국제선 124개 노선에 비하면 80% 이상을 감편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월까지는 75개 국제선 노선을 운항해왔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여객 급감 및 한국인을 입국 제한하는 나라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 24개 노선만 운항 중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항공업계 지원 방안에 대해 두 차례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5,000억원 수준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검토만 하느라 자금 지원은 계속해서 늦어졌고, 결국 ‘이스타항공 셧다운’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금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시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국내 LCC 중 또 셧다운을 발표하는 항공사가 나타날 수도 있으며, 나아가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닥친다면 향후 항공수요가 회복됐을 시 풍부한 자금력이나 각 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번 사태를 버텨낸 외국항공사만이 득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미국에서는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SOS 요청을 하자 약 60조원(500억달러) 규모의 지원 약속과 더불어 무담보·무이자 대출, 항공유 세금 등 감면·유예를 검토하고 있는 모습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동 지역의 최대 규모 항공사로 꼽히는 에미레이트항공도 코로나19 사태에 노선 및 운항 스케줄 조정에 나섰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5일부터 한국과 미국·영국·일본·스위스·홍콩·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 등을 제외한 대다수 취항지역에 대한 여객기 운항을 일시중단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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