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 이근식 대표와 정봉주, 손혜원 등 최고위원, 비례후보 경선 참가자들이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비례후보 추천 경선 참가자 공개 및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열린민주당 이근식 대표와 정봉주, 손혜원 등 최고위원, 비례후보 경선 참가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비례후보 추천 경선 참가자 공개 및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범여권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더시민)과 친문(친문재인)·친조국 성향의 비례 정당인 열린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놓고 득실 계산을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한 대응 카드로 최근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마이웨이’하고 있는 열린민주당이 ‘친문’ ‘친조국’ 인사들을 비례대표 후보군으로 내세우며 존재감을 과시하자 표 분산을 우려하며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최근 총선 여론조사에서 3%를 넘은 것으로 나타나 현재의 여론 흐름이 총선 결과로 이어질 경우 국회 입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각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정당 득표율 3%를 넘겨야 한다.

문화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비례대표 투표 정당을 물은 결과 미래한국당 20.4%, 더시민 16.5% 순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정의당 9.1%, 열린민주당 6.9%, 국민의당 5.3%였다. 더시민과 열린민주당 지지율을 합하면 23.4%로, 미래한국당 지지율을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여론조사 관련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열린민주당 비례 5~6석 가능 전망

열린민주당이 현재의 지지율 흐름을 유지한다면 비례대표 5~6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열린민주당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갈수록 지지층이 겹치는 더시민의 당선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소수정당에 앞 순위를 양보하고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후순위에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비례 10번 이후에 배치되는 민주당 후보들이 낙선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3일 <시사위크> 통화에서 “더시민과 열린민주당의 제로섬 게임이다. 더시민이 열린민주당과 득표를 나눠버리면 당선자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더시민이 혼자 독식할 비례대표 당선자를 열린민주당과 분점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친문 지지층의 표 분산을 우려한 민주당은 열린민주당 측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에 강성 친문‧친조국 인사들과 일부 논란이 됐던 인물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민주당의 중도층 이탈을 더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정봉주 전 의원이 열린민주당을 주도하고 있고,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휘말려 물러났던 김의겸 청와대 전 대변인 등 논란 인사들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올랐다.

우희종 더시민 공동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에 열린민주당이 선전하면 할수록 더시민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지적에 “그런 점도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정당들이 참여하는 빈그릇 정당이라면 거기는 자체 후보를 갖는 새로운 신당이기 때문에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며 “그분들의 입지나 내용 같은 것을 봤을 때 서로 함께 가는 부분이 있고 또 격려하는 부분도 있고 이런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열린민주당이 대단히 부적절한 창당과 공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의 공천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더시민으로 파견된 민주당 출신 비례대표 후보들은 입장문을 내고 “더시민의 성공을 위해서는 검증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전면배치돼야 한다”며 “열린민주당이 선명한 친문 인사들을 앞세우는 현실에서 군소정당과 시민 추천 후보들로는 민주당원과 지지자들을 결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도층은 등 돌리고 지지자는 열린민주당을 지지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 열린민주당 “오히려 문재인 정부 지지 의석수 늘어나”

‘친문·조국’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열린민주당 측은 자신들의 존재로 친문 표가 분산되는 것이 아닌 범여권 확보 의석수가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 보면 서로 다른 종류의 반찬이 두 개가 올라오는, 느긋한 마음으로 어느 쪽이 더 좋을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기호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변인은 “오히려 둘로 나눠진다고 해서 의석수가 줄어들거나 변동이 없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저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의석수가 늘어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민주당은 더 강하고 선명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기존 민주당이 아우르지 못한 민주당 바깥에 있는 유권자를 열린민주당이 끌어들이고 표로 확인하면서 민주당계열의 정당들이 더 많은 표를 확보하고 문재인 정부의 토대가 더욱더 안정화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기자회견에서 “4월15일 총선까지는 (민주당과) 전략적 이별”이라며 “그 후 상황을 보고, 함께 한다는 대전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4월16일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더시민과 열린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놓고 경쟁 구도에 놓인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총선 후 열린민주당을 포함한 범진보 진영의 비례 정당 통합 문제’와 관련 “그때 가봐야 하는데 꼭 우리가 의석이 제일 많지 않더라도 원(院)을 구성하기 전까지 연합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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