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무실 차린 스포티파이, 서비스 개시 작업 박차
기존 이용자 이탈 가능성… 바이브‧플로, 시장 재편 의식했나

바이브에 이어 플로가 지난 19일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인공지능(AI)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플로 차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플로
바이브에 이어 플로가 지난 19일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인공지능(AI)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플로 차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플로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상륙한다. 이에 따라 국내 음원시장에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바이브나 플로 등 국내 음원사들의 행보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2008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다. 현재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79개국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 1월 8일 정식으로 설립됐다. 유료 회원수 1억1,300만명, 월간순이용자수(MAU) 2억7,100만명, 글로벌 음원 시장 플랫폼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법인 대표는 피터 그란델리우스 스포티파이 본사 법무 총괄이 맡았고, 정식 출시 전까지 공유 사무실 위워크에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 국내 서비스 개시를 위해 여러 단체 및 기관들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 착륙하면서 이에 따른 국내 음원 플랫폼들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토종 음원 플랫폼 중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네이버의 ‘바이브’다. 바이브는 지난 9일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PS)’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용자가 지불하는 요금이 실제로 들은 음악 권리자에게 전달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동종업계와 권리자, 유관기관 등과 이렇다 할 논의나 확실하게 결정된 사안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이브측은 각 플랫폼이 다른 정산방식을 도입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현재 음원사, 유통사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브의 독자 행보에 멜론을 비롯해 벅스, 지니뮤직, 플로 등은 “우선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플로가 지난 19일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플로는 그동안 1시간 단위 음악재생 횟수에 따라 실시간 차트를 구성해왔다. 플로는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공신력을 높인 ‘플로차트’를 도입할 방침이다. 플로차트는 타 플랫폼의 일간차트와 달리 최근 24시간의 누적 차트를 매시 정각에 갱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AI와 개인 취향 기반에 따라 ‘좋아할만한 최신앨범’ 메뉴를 제공하는 등 사용자 환경(UI)도 개편할 방침이다. 플로는 이용자들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확인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더욱 다양하고 건강한 음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플로 관계자는 “1시간 단위 재생수로 경쟁하며 음악소비문화를 지배해온 기존 실시간 차트의 유효기간은 다했다고 본다”며 “앞으로 기획사와 권리자들과의 충분한 공감대를 기반으로 건강한 음악 소비 문화와 음악 산업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행보를 놓고 스포티파이의 한국 상륙과 관련, 국내 음원시장 재편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음원시장은 카카오가 서비스하고 있는 ‘멜론’이 쥐고 있다. 코리안클릭이 발표한 한국 음원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멜론의 점유율은 39.5%로 가장 높다. 지니뮤직이 26.9%, 플로가 22.2%, 네이버 뮤직이 4.8%, 바이브가 3.9%, 벅스가 2.7%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이들 중 SK텔레콤 가입자들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확보해 업계 3위에 오른 플로와, 점유율 4%를 목전에 두고 있는 바이브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실시간 차트·음원 사재기·음원정산 방식 등에 불만을 가진 이용자들이 스포티파이 서비스로 이동할 것으로 판단, 타 플랫폼들과 동일한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이브와 플로가 이를 노리고 독자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특히 양사가 시스템 개편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용자들과 권리자들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라고 밝힌 점도 명분 내세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개편을 언급하며 제기한 문제들은 그동안 고질적으로 제기됐던 것들이고 이용자, 권리자를 포함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스포티파이가 어떤 방식으로 국내에서 서비스할지 모르겠으나 관련자들이나 기관과 제대로 협업도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장 재편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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