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운영자·회원 전원 조사” 지시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은 뒤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신상이 24일 공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뉴시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은 뒤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신상이 24일 공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청와대가 24일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및 가입자 신상공개 촉구 청원’에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얼굴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근거해 조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n번방 운영자 및 가입자 신상공개 촉구 청원’ 답변을 공개했다. 이번 청원은 지난 18일에 게시됐다. 청원의 골자는 텔레그램 이용 성착취 범죄 용의자와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 및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답변 요건 20만 동의를 넘긴 n번방 관련 청원은 총 5건이며, 24일 현재까지 50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민 청장은 “청원인들께서는 ‘박사방’ 운영자, 참여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신상 공개를 요청했다”면서 “청원인께서 말씀하셨듯이 ‘박사방’ 사건은 아동‧청소년과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잔인하고 충격적인 범죄”라고 밝혔다.

민 청장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에 대해서는 오늘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하여 성명과 나이,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며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으며, 추후 검찰 송치 시 현재의 얼굴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조씨 뿐 아니라 ‘박사방’의 조력자, 영상제작자, 성착취물 영상을 소지·유포한 자 등 가담자 전원에 대해서도 경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경찰은 n번방 수사를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을 위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즉시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본부는 ▲수사실행 ▲수사지도·지원 ▲국제공조 ▲디지털포렌식 ▲피해자 보호 ▲수사관 성인지 교육 담당 부서들로 구성한다. 

또한 해외 서버 등을 이유로 수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인터폴, 미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영국의 국가범죄수사청(NSA) 등 외국 수사기관은 물론,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과의 국제공조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이정옥 장관도 범정부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정부는 2017년부터 범정부 합동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만들었다”면서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가 등장하고 있어 신속한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에 여가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교육부, 대검찰청 등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면서 “앞으로 범부처 협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제2차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을 조속히 수립,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장관이 밝힌 방향은 ▲국민 법 감정에 맞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마련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률 개정 지원 ▲경찰청과 협조해 디지털 성범죄 모니터링 체계구축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 ▲피해자에 대한 지원 즉시 강화 등 총 5가지다

이 장관은 “피해자 여러분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란다”며 “불법영상물이 삭제되고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정부가 여러분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n번방 사건 국민청원에 대해 “이번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으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은 이런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은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도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근절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강력한 대응을 한 것은 n번방 사건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안전, 기본적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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