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 경영진이 이례적으로 주주를 향한 메시지를 발표한 가운데, 어떤 변화가 나타나게 될지 주목된다. 사진 왼쪽은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오른쪽은 지난해 구속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 경영진이 이례적으로 주주를 향한 메시지를 발표한 가운데, 어떤 변화가 나타나게 될지 주목된다. 사진 왼쪽은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오른쪽은 지난해 구속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너일가의 구속 및 기소와 거듭된 실적 부진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 놓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이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통렬한 반성의 입장을 밝히는 한편,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 “통렬하게 반성한다”는 조현식 부회장

오는 27일 주요 계열사들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조현식 부회장은 최근 주주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메시지는 통렬한 반성으로 시작한다. 조현식 부회장은 “최근 지속된 실적 하락은 과거의 성과에 도취돼 현실에 안주하고 타이어 산업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하며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최고 경영자의 기소 이슈에 대한 주주 여러분의 우려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서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실제 그룹의 핵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6조8,833억원의 매출액과 5,4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아쉬운 행보를 이어갔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2% 감소한 것이다. 특히 2016년 1조1,000억원을 넘겼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영업이익은 2017년 7,934억원, 2018년 7,026억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간데 이어 5,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불과 3년 사이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날아간 셈이다.

이런 가운데 3세 경영시대를 본격화한 오너일가는 구속 및 기소로 얼룩졌다. 오너일가 3세 차남이자 후계구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지난해 11월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또한 오너일가 3세 장남이자 이번에 주주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조현식 부회장 역시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실적 부진과 오너리스트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현식 부회장의 메시지가 나온 것이다. 이는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처음으로 나온 오너일가의 공식 입장이자 반성 및 사과라는 점에서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다. 더욱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오너일가는 그간 각종 논란 및 이슈와 관련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바 있어 더욱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으며, 조현식 부회장 역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으며, 조현식 부회장 역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 주주가치 제고·정도경영 약속

조현식 부회장은 통렬한 반성의 메시지에 이어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제시했다.

먼저 “회사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인정 받아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이 결국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 극대화로 나아가는 정도임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그동안 혁신 활동에 덜 집중하지 않았는지, 자만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본원적 경쟁력에 대한 혁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전략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사태 종식 이후 곧바로 매출 확대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도 천명했다.

이어 그간 꾸준히 문제로 제기됐던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이사회 및 감사 기구의 역할을 강화해 선진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중기 관점에서의 배당정책을 적극 소통해 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약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대비 올해 배당총액 및 배당성향을 확대했다며 앞으로도 주주환원정책 개선 방향을 수립하고 배당 정책 및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지급하는 브랜드 로열티를 하향 재산정했다며 향후에도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에 따라 변동이 있을 경우 주주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자산 효율화를 통한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며 국내 유휴 부지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조현식 부회장은 정도경영체계 강화를 다짐하며 “향후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도경영’을 마음 깊이 새겨 항상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고 모든 경영활동에 충실히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 아트라스비엑스 주주와의 대립에도 변화 찾아올까

조현식 부회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소수주주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계열사 아트라스비엑스를 둘러싼 이슈와도 맥이 닿는다.

아트라스비엑스 소수주주들은 사측의 자진상장 폐지 추진이 최대주주에 유리한 쪽으로만 집중돼있다며 대립각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촉구하는 한편, 경영진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해왔다.

특히 아트라스비엑스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차기 대표이사 선임안을 철회하는 촌극을 빚기도 있다. 박정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전무가 신규 사내이사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조현범 사장의 범죄 혐의에 연루됐다는 지적과 함께 소수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산 것이다.

아트라스비엑스 소수주주 측은 일단 조현식 부회장의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 등에 대해선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조현식 부회장 측에 메시지를 보낸 메시지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주주로서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상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