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1997년 IMF 외환위기에 태어났다. 당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금모으기 운동’은 사회책에서나 봤다. “우리 국민들 참 대단하다”고 뱉은 감탄사는 사실 영혼없는 추임새에 불과했다.

‘3포세대’를 넘어 ‘N포세대’가 된 지금도 ‘애국심’보단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한 것은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뭐 하나 쉬운 일 없어서 일테다. 내 걱정하기도 빠듯한 청춘들에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애국심’은 먼 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20대들에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책이 아닌, 몸으로 겪는 첫 ‘국가위기’가 아닐까 싶다. 

실제 코로나19의 확산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유럽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수천명이 사망하고, 스페인에선 요양소에 노인들이 버려진 채 숨진 노인들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매일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7일 현재 확진자가 1만명을 향하고 잇고, 사망자도 139명에 달한다. 

사회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교까지 학교 출입을 금하고 있고, 몇몇 대학교에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수업을 진행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주말이면 북적이던 영화관에도, 시위로 떠들썩하던 광화문 거리에도 예전만큼의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각종 프로그램 제작발표회마저 온라인 생중계 시스템으로 진행되니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사회적 위기가 체감이 된다.

달라진 건 그뿐만이 아니다. 이같은 국가적 위기에 행동력 강한 대한민국 국민의 근성이 다시금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도 물론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지만, 그보다도 대다수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 생활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적극적 생활수칙 실천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각종 해외 언론에서도 대한민국 시민의식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영국언론 <텔레그래프>는 “한국은 대규모 검진과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및 첨단기술 그리고 강한 개인적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이 감염률 둔화에 도움이 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경북 영주시에 거주하는 한 익명의 기초수급자가 “코로나19 극복에 써달라”는 쪽지와 함께 성금 100만원이 담긴 봉투를 남기는가 하면, ‘부산에 사는 주부’라고 밝힌 한 시민이 KF94 보건용 마스크 100장을 관악구에 기부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는 따스한 훈담들은 참담한 현실에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연예인들의 선행 릴레이 또한 국가적 위기에 쏠쏠한 보탬이 되고 있다. 2월 21일 배우 이영애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0만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강호동 △공유 △김우빈 △신민아 △이병헌 △유재석 △정우성 △현빈 △손예진 등 여러 연예인들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기부하며 어려운 시기에 힘을 보탰다.

금전적 기부뿐 아니라 구호물품 기부 행렬도 이어졌다. 트로트 가수 홍진영은 2월 면역력이 약한 인천지역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을 위해 마스크 5,000장을, 3월 2일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에 마스크 2만장을 추가로 기부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밖에도 김사랑, 김준현 등 많은 스타들이 마스크 및 손소독제와 같은 위생용품을 전하며 훈훈함을 안겼다.

‘착한 임대인 운동’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건물주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주거나 동결해주는 것으로, 지난달 전주 한옥마을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서울 용남구 한남동에 위치한 소유 건물 임차인들에게 3월 한 달간 월세를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으며, △김태희‧비 부부 △홍석천 △서장훈 △전지현 등이 임대료를 일부 감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위기는 때론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되곤 한다. 각박하다고만 한탄했던 일상 속에 코로나19는 우리들의 숨은 진가를 다시금 일깨운다. ‘코로나 맵’ ‘코로나 마스크 알리미’ 등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앱을 개발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청년들의 따뜻한 마음과,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지는 기부와 선행의 행렬, 그리고 생활수칙 지키기에 솔선수범하는 대다수 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까지….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끼는 건 기자만의 감정일까.

어쩌면 책으로만 읽었던 ‘애국심’이란 게 이런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위기 앞에 강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 한마디를 함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이들을 향해 글로나마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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