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의 조현식 부회장이 최근 이례적으로 주주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해 주목을 끌고 있다.

메시지의 내용은 크게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이뤄져있다. 먼저, 조현식 부회장은 실적 부진 및 오너일가 경영진의 기소 이슈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다며 주주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경영혁신과 이를 통한 실적개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정도경영체계 강화 등을 약속했다. 보다 구체적인 주요 내용으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 이사회 및 감사기구 역할 강화, 자사주 매입, 배당정책을 비롯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 지속, 지주사 로열티 문제 개선, 유휴 부지 매각, 정도경영 시스템 구축 등이 있다.

이처럼 메시지의 내용은 구구절절 ‘옳은 말’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낯설다. 조현식 부회장의 구구절절 옳은 메시지는, 거꾸로 말하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그동안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그동안 숱한 논란에 휩싸여왔다. 근로자들의 산재문제에서부터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등 오너일가의 각종 사익편취 관련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또 소수주주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이끄는 오너일가 경영진은 이러한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확 달라진 조현식 부회장의 모습이 낯선 이유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갈등을 빚어온 계열사 소수주주들은 일단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마이웨이’만 고집하던 행보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못미더운 시선도 남아있다. 특히 일각에선 조현식 부회장의 메시지가 재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오너일가 3세인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모두 재판을 받고 있다. 조현범 사장의 경우 아예 구속된 상태다.

앞서 적잖은 재벌 오너일가들도 재판 과정에서 전향적인 경영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재판부에게 ‘반성의 기미’를 보여주고, 죗값을 참작하는데 활용됐다.

물론,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긍정적인 변화에 나선 것만으로도 충분히 환영할 일이다.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든, 울며 겨자 먹기 식이든 말이다.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러한 다짐이 그저 ‘재판용’에 그쳐선 안 된다. 재판이 어떤 결과로 끝나든지 간에, 약속한 중·장기적 변화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되거나, 심지어 약속을 역행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조현식 부회장의 반성문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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