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등 전염병의 팬데믹은 역사적으로 존 경제와 산업의 위기를 가져지만 동시에 새로운 분야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번 코로나19 역시 팬데믹 전후로 세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ICT기반의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두드러진다./ shutterstock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팬데믹은 가볍게 혹은 무심하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에 대해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을 선언할 당시 이 같이 말했다.

이 같은 WHO사무총장의 경고처럼 팬데믹 선언 이후 세계 경제와 산업계는 엄청난 혼란에 빠졌고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코로나19가 세계 전반에 큰 변화의 물결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적으로 전염병의 팬데믹은 기존 경제와 산업의 위기를 가져지만 동시에 새로운 분야의 발전을 가져왔다. 중세시대 흑사병은 봉건제를 몰락시키고 르네상스 시대를 가져왔으며 자본주의의 기틀을 만들어 냈다. 잉카제국이 천연두로 멸망한 후 막대한 금과 은이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유럽경제를 급격히 발전시켰다.

◇ “스마트 팩토리부터 원격 진료까지”… 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 가속화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경제, 산업, 정치 등 모든 분야가 코로나19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이 중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는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위기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염병 확산이 일어나기 쉬운 회사나 공장 등에서 비상 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스마트 팩토리’의 상용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동되는 로봇으로 운영되는 공장을 말한다. 최소 인력만이 필요하며 일의 능률도 크게 증대시킬 수 있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산라인 정지로 기업들이 받는 타격이 적지 않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BMW와 일본의 토요타, 호다 닛산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각지의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분석업체 LMC 오토모티브도 지난 15일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2020년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신차 판매량이 8,640만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신차 판매량 9,030만대보다 4.3%가량 줄어든 수치다. 국내에서도 현대 자동차그룹이 해외 생산라인의 절반 가량을 멈추며 1분기 생산 및 판매 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존의 단순 노동력을 활용하던 생산이 타격을 입자 기업들은 이를 대체할 AI를 이용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나서고 있다./ shutterstock

이에 따라 기업들은 스마트 팩토리 상용화 가속화로 기존의 단순 노동력을 활용하던 생산 구조에서 AI 등 ICT 기술을 접목한 생산 구조를 구축해 이 같은 위기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면서 큰 피해를 입은 중국 역시 ‘코로나19와 함께 주목되는 사업’에 스마트 팩토리를 포함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 자동차그룹 역시 올해 5월로 예정된 스마트 팩토리 착공의 최종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염병 예측, 스마트 의료 분야 발전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2만4,000여개의 코로나19 연구 데이터를 정리한 ‘COVID-19 Open Research Dataset (CORD-19)’가 구축됐다. 이를 통해 각 제약회사, 의료계에 코로나19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 진단키트,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은 빅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유동인구 분석서비스로 확진자 동선을 예측해 방역 지원에 나섰다. KT역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함께 AI·빅데이터로 코로나19 확산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시약 생산업체 씨젠은 AI를 진단 키트 개발 과정에 활용, 개발 기간을 2주 내외로 단축했다. 디어젠은 AI 분석을 통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가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고 아론티어도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5G통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AI진료시스템과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진단이 가능한 원격진료 등의 의료체계를 갖춘 ‘스마트 병원’도 국내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염병 예측, 스마트 의료 분야 발전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intel

◇ 재택근무 등 실생활 변화도 ‘가시적’… 전문가들 “변화에 대응할 준비해야”

코로나19는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택근무의 일상화다. 그동안 재택근무는 몇몇 기업들에서만 이뤄졌으며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재택근무가 다수 기업에 실제 적용되면서 부정적 시각이 조금씩 걷히고 있다.

현재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의 한 직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는 일에 집중을 못할 것 같아 우려가 됐으나 적응을 하고나니 여러 장점들도 존재했다”며 “적절히 재택근무와 회사 출근을 병행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인해 사람들이 외출 및 인구 밀집지역 방문을 자제함에 따라 유통시장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유통 구조의 무게 중심이 기존의 마트·시장 등 오프라인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구매로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2월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의 경우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이 전년 동월대비 3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전체 유통업체 매출 10조6,000억원 가운데 온라인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49.0%로 전월 대비 9.2%p증가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매출 감소를 면치 못했다. 백화점은 전체 매출이 21.4% 감소했으며 대형마트 역시 10.6%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증가는 단기적 현상이 아닌 소비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와 온라인 구매 등이 활성화되면서 근무환경, 유통시장 등 실생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다수의 기업이 현재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으며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도 급증했다. / 픽사베이

이 같은 경제·산업·생활 전반의 변화에 대응하고 글로벌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우리나라 역시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과총)가 26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 토론회에서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은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며 “5G·인공지능(AI)·빅데이터·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모든 공장, 기업, 가정에 보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며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정부, 대학, 연구소 등이 협력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보유한 기술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높은 수준의 ICT기술력을 보유했음에도 이를 활용할 시장이 없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이스트(KAIST) 휴보팀은 지난 2015년 미국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우리나라가 로봇 기술 강국임을 증명했다. 정부 역시 지난 2005년부터 미래형 AI로봇 기술개발에 15년 간 1조원 넘는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정작 논문과 연구 성과는 있었으나 기업 파산 등으로 여전히 국내 로봇 시장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이영완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런 우수한 역량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며 “올바른 기술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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