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 연기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신고등학교에서 고3 담임선생님이 비어있는 복도를 걷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 연기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신고등학교에서 고3 담임선생님이 비어있는 복도를 걷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등학교 540만명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새 학년을 시작한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부터 4월 9일에 온라인 개학하고, 나머지 학년은 4월 16일과 20일에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해 원격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4월 9일로 개학일을 미룬 것은 원격수업 준비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학기 개학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4월 9일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에 한해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다. 일주일 후인 4월 16일 중학교와 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이, 4월 20일에는 초등학교 1~3학년이 순차적으로 개학한다.

교육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개학을 세 차례 연기했다. 고3·중3은 총 28일간 휴업 후 본격적으로 학사일정을 시작하게 됐다.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교 1~2학년은 32일간, 초등학교 1~3학년은 34일간 휴업을 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도 수업일수로 인정하되, 4월6일 이후 각 학년별 휴업기간은 법정 수업일수와 수업시수에서 감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미 3차 개학연기 때 초·중·고교 10일간 휴업을 허용한 상태로, 초 1~3학년은 추가로 감축할 수 있는 9일까지 꽉 채워 줄이게 됐다.

학사일정이 미뤄진 만큼 2021학년도 대학입시 일정도 전반적으로 순연된다. 수시모집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작성 마감일은 8월 31일에서 9월 16일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당초 11월 19일에서 12월 3일로 2주간 연기한다. 수시 및 정시모집 원서 접수 기간도 순연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 준비를 위해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신학기 개학준비추진단 내 ‘원격교육 준비·점검팀’을 신설하고 4월 1일부터 일주일간 원격교육 준비기간에 들어간다. 온라인 개학 당일을 포함한 이틀간은 학생들이 수업 콘텐츠와 플랫폼 활용법을 체험할 수 있는 초기 적응기간으로 둔다.

직업계고는 온라인 개학 시기에 이론 위주 수업을 진행하고 등교 이후 실습수업에 집중 실시하기로 했다.

또 지난 27일 교육부가 각 교육청에 배포한 원격수업 운영기준안에 따르면 각 학교별 여건에 따라 실시간 쌍방향수업·강의형·과제형 등 유형을 정해 운영하고 학생부·중간고사 등 평가는 등교개학이 가능해질 때 실시한다.

또 교육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위소득 50% 이하 교육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시도별 스마트기기 및 인터넷 지원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가정에 IT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농산어촌 및 도서지역의 학생들의 경우 학교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학년도 신학기 온라인 개학 시기와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다음달 9일 이후 중·고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학사일정을 시작하고, 수능 시행일 등 2021학년도 대학 입시 일정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학년도 신학기 온라인 개학 시기와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다음달 9일 이후 중·고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학사일정을 시작하고, 수능 시행일 등 2021학년도 대학 입시 일정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해외입국 코로나19 감염자와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등교개학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지금으로서는 또 다시 학교 개학을 추가로 연기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면서 “학사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학생들의 학습 피해뿐 아니라 부모들의 돌봄 부담도 커지겠지만 아이들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내고,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서 등교개학을 추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등교개학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70~80%를 차지했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는 최초로 실시하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유 모씨(33·남)는 “일선 현장에 충분한 준비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며 “온라인 교과지도만으로 체계적인 학사운영을 담보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씨는 “만일 2학기 시작이라 학생들과 일정정도 교감이 있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상황에서 변칙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연초 새 학년 시작인데 이렇게 돼서 다소 곤란하다”면서 “수업이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니고, 교사와 학생 간 관계가 잘 돼야 수업도 잘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학교에 출근한 유씨는 “교육부가 책임은 현장이 지라고 하는 느낌이 든다고 현장에서 비판한다”고 전하면서 "교사들은 현재 구글클래스룸, EBS 온라인클래스 등 원격수업에 사용되는 플랫폼을 열심히 공부하고 온라인 원격 수업에 적절한 강의 준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류 모씨(30·여)도 “국·영·수 같이 이론 위주 수업은 그나마 괜찮지만, 예체능·직업 교육 등 실습 위주인 교과는 온라인으로는 실제성이 떨어지고 어떻게 평가를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류씨는 “실습 위주 교과는 대부분 이론으로 하거나 과제 제시만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나이 많은 교사들의 접근성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온라인 개학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현장에 적합할지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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