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의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결심공판에서 나란히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 소수주주들은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의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결심공판에서 나란히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 소수주주들은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비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의 조현식 부회장·조현범 사장 두 형제가 고개를 숙였다. 1심 결심공판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하며 반성과 참회의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앞서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그간의 잘못을 고해성사하며 대대적인 경영개선을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계열사 소수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어떻게든 형량을 낮추기 위한 위선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 나란히 죄 인정한 두 형제… “참회하는 마음”

“지금 매우 참담하고 참회하는 마음이다.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죄를 인정하고 사죄드린다. 어리석은 제 욕심과 생각으로 많은 분들이 고통 받은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한 말이다. 조현범 사장은 납품을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10년에 걸쳐 총 6억여원의 뒷돈을 받아 챙기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1월 전격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동생과 함께 재판장에 선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역시 “조카를 돕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을 깊이 반성한다”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자신의 친누나가 미국 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1억1,000여만원의 급여를 지급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희귀질환에 걸린 조카의 치료를 돕기 위한 것이었으나, 친누나의 실제 출근 여부를 살피지 못했다는 게 조현식 부회장 측 입장이다.

검찰은 조현범 사장에게 징역 4년과 6억1,600만원의 추징금을, 조현식 부회장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조현범 사장에 대해 “서열 40위권의 한국타이어가 그 위상에 맞지 않게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운영돼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지적하며 “대기업 오너로서 을의 위치에 있는 하청업체에 적극적으로 뒷돈을 요구해 매월 급여의 전액을 내게 했고, 하청업체 임직원들은 갖은 방법으로 돈을 마련하느라 불법에 내몰리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조현식 부회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누나를 회사 사원으로 입사시킨다는 발생 자체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란히 모든 혐의를 인정한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조현범 사장은 “앞으로 제가 어떤 경영인으로 기억될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과거를 거울삼아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형량을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지적에 대해 “앞으로 제 행동을 보면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조현식 부회장 역시 “앞으로 법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진정성에 물음표… “일반주주 돈 뺏기 멈춰야”

두 형제가 재판장에서 보인 참회와 반성의 모습은 조현식 부회장이 지난달 주주들에게 전한 메시지의 내용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당시 조현식 부회장은 그간의 실적 부진 및 각종 논란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향으로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기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확대, 정도경영체계 확립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결심공판에서 보인 두 형제의 모습에 대해 그룹 계열사 아트라스비엑스 소수주주들은 “위선적”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사측의 자신상장폐지 추진이 최대주주에 대한 ‘몰아주기’라고 반발하며 수년째 대립각을 이어오고 있다.

아트라스비엑스 소수주주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조현식 부회장의 메시지 이후 서한을 보내 요구사항 등을 전달했지만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며 “오히려 그 직후 열린 아트라스비엑스의 정기 주주총회는 더 험악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조현식 부회장의 메시지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정도경영을 확립하기 위해선 아트라스비엑스 일반주주로부터 돈을 빼앗아가려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국민연금 역시 아트라스비엑스의 주주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태는 곧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의 반성이 진정성을 의심 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두 사람에 대한 선고는 오는 17일로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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