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를 풍미한 국산 청바지 잠뱅이와 뱅뱅이 시대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90년대를 풍미한 국산 청바지 잠뱅이와 뱅뱅이 시대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때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등 해외 유명 청바지에 맞서 국산 자존심을 지켜오던 ‘Made In Korea’ 브랜드들이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진 브랜드의 인기 하락과 고착화된 이미지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과거의 영광이 퇴색되고 있는 모습이다.

◇ 애국 마케팅, SPA 전환에도 내리막… ‘아 옛날이여’

‘가랑이가 무릎까지 내려오도록 짧게 만든 홑바지’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인 잠뱅이는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에게 강렬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기도 하다. 1985년 남대문시장에서 탄생한 잠뱅이는 1993년 이화여대 앞에 첫 단독매장을 열며 전성시대를 누렸다.

리바이스와 게스, 캘빈클라인 등 장당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해외 브랜드 틈 속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디자인으로 ‘옷 좀 입는다’는 X세대를 사로잡았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리복에 주눅 들지 않고 높은 인기를 누린 프로스펙스와 함께 국산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브랜드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잠뱅이는 창업주인 김종석 전 대표가 2005년 지병으로 명을 달리하면서 사세가 위축됐다. 부인인 안재영 대표가 경영을 이어받았지만 기울어진 중심을 바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JB 어퓨’로 브랜드명을 바꿨다가 실패를 맛봤다. 800억원을 돌파했던 매출은 144억원까지 곤두박질쳤고 장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 사명을 현재의 ‘제이앤드제이글로벌’로 바꾸고 재도약을 시도했지만 좀처럼 전환점을 맞지 못하고 있다. 유니클로와 탑텐 등 SPA가 의류 시장을 석권하면서 가성비로 승부를 보기 힘들게 됐다. 또 노후한 이미지로 인해 인지도는 점차 하락했다. 70~80년대생에게는 잊혀져가는 추억의 브랜드로, 90대생이 주축인 Z세대에게는 생소한 브랜드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의 ‘패션 놀이터’인 무신사에 입점하고, ‘한글사람 캠페인’ 등 시국에 걸맞는 애국 마케팅을 선보였지만 효과는 미진했다. 2018년과 지난해 각각 27억원과 30억원의 영업손실을 안았다.

잠뱅이와 함께 국산 청바지의 양대산맥으로 불린 뱅뱅도 고전하고 있다. 뱅뱅 브랜드를 전개하는 뱅뱅어패럴은 지난해 832억원의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뱅뱅어패럴 매출이 1,000억원 밑으로 내려간 건 2002년 이후 17년 만이다. 100억원을 바라보던 영업흑자도 24억원으로 떨어졌다. 2014년부터 100평이 넘는 대형 점포를 늘려 뱅뱅을 SPA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음에도 실적은 내리 하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90년대 젊은이들의 유행을 선도한 진 브랜드는 트랙수트, 오버사이즈 등 요즘 트렌드에 걸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스트릿 웨어를 선호하는 20대와 경제력이 생긴 30~40대층 어디에서도 확고한 지지를 얻지 못하는 애매한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면서 “과거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시대에 발걸음을 맞춘 리바이스처럼 과감한 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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