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요금체계 개편으로 거센 후폭풍을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업계의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요금체계 개편으로 거센 후폭풍을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업계의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배달앱 업계의 대표주자 배달의민족이 요금체계 개편으로 큰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요기요·배달통 등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배달의민족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다, 합병 파트너이기도 해 언제든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 요금체계 개편으로 뭇매 맞은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은 4월 들어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야심차게 꺼내든 새 요금체계가 거센 반발 및 비판에 휩싸인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기존 체계의 부작용으로 떠올랐던 ‘깃발꽂기’ 행태를 방지하고, 영세·신규 업소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개편이라고 강조했지만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업소가 상당한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파문은 단순히 입점 업소의 반발에서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들로부터 불매운동 양상이 나타난 것은 물론, 배달앱 업계 합병을 둘러싼 여론도 악화됐다. 또한 정치권에서의 문제제기가 거듭됐고, 지자체 차원의 공공 배달앱 개발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결국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은 두 차례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요금체계 개편을 열흘 만에 전면 백지화했다. 걷잡을 수 없는 논란에 끝내 백기투항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요금체계 개편 전면 백지화 발표와 함께 “이번 사태로 저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향후 중요한 결정에 있어 보다 신중한 과정을 거치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정책 변화 시 입점 업소와의 소통을 통해 결정하고, 이를 위한 협의체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 관계부처 및 각계 전문가의 의견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배달의민족보다 수수료 2배 높은 요기요… 불똥 튈까 조마조마

요기요는 12.5%의 수수료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요기요는 12.5%의 수수료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배달의민족의 요금체계 개편 논란이 ‘전면 백지화’로 일단락된 가운데, 같은 업계이자 합병 파트너인 요기요·배달통을 둘러싼 분위기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자칫 ‘다음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관련 논란은 물론 배달의민족이 언급한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이 99%에 달하는 점유율을 거머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국내 시장에서 45% 가량의 점유율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요기요와 배달통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법인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 중이다.

배달이민족이 새롭게 내놓았던 요금체계의 핵심은 중복 가입이 가능한 정액제 광고 서비스 대신 수수료제를 중심으로 두는 것이었다. 수수료는 5.8%로 책정됐다. 전 세계 최저수준이라는 게 배달의민족 측 설명이었으나, 거센 논란을 넘지 못한 채 백지화됐다.

그런데 요기요의 경우 배달의민족이 선보였던 5.8%의 수수료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주문 건당 수수료가 12.5%다. 자칫 배달의민족의 다음 타깃으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사안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측 관계자는 “최근 배달의민족 논란을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다만 “배달의민족의 경우 정액제에서 수수료제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것인데, 요기요의 경우 수년 째 수수료제 중심 체계와 같은 수수료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주문 발생에 따라 비용을 내는 수수료제 방식이 입점 업소와 배달앱이 윈-윈을 도모할 수 있는 구조”라며 “1만원 이하 주문의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고, 배달앱 차원에서 할인혜택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해 주문 증가를 유도하는 등 입점 업소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배달의민족은 향후 중요 정책 결정 시 입점 업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약속은 이번 사태에 따른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배달의민족의 이러한 행보는 요기요와 배달통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배달의민족이 별도의 협의기구를 통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데, 요기요·배달통은 소통의 창구가 없을 경우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측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해당 입장을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된 사안은 없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좋은 방향이나 방안이 있으면 빨리 적용하고자 하는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 합병 등 논란 지속 불가피

이번 사태로 배달앱 업계 전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합병 이슈가 남아있는 점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겐 부담이다.

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본사 딜리버리히어로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인수·합병을 발표한 바 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고, 아시아지역을 총괄하는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함께 나서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독과점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배달통이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 전체를 손에 넣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측은 배달앱 자체의 합병은 없고, 경쟁체제를 유지하며 별도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우려 및 반대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배달의민족의 요금체계 관련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합병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더욱 싸늘해진 상황이다. 이미 소비자들의 배달앱 불매운동은 물론 각 지자체의 공공 배달앱 개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배달앱 합병 이슈가 향후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하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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