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종로구 후보와 유승민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대국민 호소 합동유세를 하던 중 대화를 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와 유승민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대국민 호소 합동유세를 하던 중 대화를 하고 있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4·15 총선’ 결과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합당은 지난 주말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 개헌 저지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100석 미만의 예상치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통합당의 총선 목표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합쳐 과반 의석(151석)을 확보하는 것이었지만, 목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통합당은 13일 총선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자체 분석한 결과에서조차 초라한 성적표가 예상되자 부랴부랴 초비상에 들어간 모습이다.

통합당은 이번 판세 분석 과정에서 3040세대와 중도층 이탈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고,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막말’ 논란이 이같은 현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했다.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주말 자체 여론조사 판세를 분석해보고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꼈다”면서 “이대로 가면 개헌 저지선도 위태롭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주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되짚어봤는데, 가장 심각한 것은 차명진 후보 이슈였다”며 “판세 분석에서도 3040세대, 중도층이 나가는 현상이 유력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차 후보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발언과 이후 행동에 대해 사후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이러나”라며 “강하게 질책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합당은 윤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차 후보의 제명 절차를 밟기로 했다.

앞서 차 후보는 한 지역언론사 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을 빚었다. 이 발언으로 차 후보는 당 윤리위로부터 ‘탈당 권유’ 징계를 받았지만, 이후 상대 후보의 현수막을 놓고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써 재차 도마에 올랐다. 상대 측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후보는 성희롱 등으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선거 막판 ‘막말'이 참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제명’이라는 초강수를 연이어 두고 있다. 통합당은 차 후보 제명 논의에 앞서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를 제명한 바 있다. 김 후보는 ‘3040세대 및 장애인 비하’ 논란을 빚었다.

막말 논란이 불거진 후보들과 신속하게 선을 그어 상대 진영의 비판과 중도 표심 이탈을 최대한 막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차·김 후보는 당의 제명 결정에 반발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던 사건이 지도부의 강수로 오히려 사태가 악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중앙당에서 황교안 대표나 김종인 위원장이 사태를 키운 느낌”이라며 “‘막말 프레임’에 갖혔다면 그 사람 하나의 잘못으로 끝내야 했다”고 했다. 이어 “적절히 넘어갈 수 있었던 문제를 당에서 제명한다고 하니 당 차원에서 엄청난 실수를 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며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를 며칠 동안 할 만큼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통합당은 막말 논란 이슈를 신속히 처리하는 한편 흔들리는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을 쏟아붓는 모습이다.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지난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첫 합동유세를 벌였다. 지난 2월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합당 이후 사실상 첫 공식 외부활동이었다. 유 의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수도권 출마 후보들을 중심으로 지원유세를 다녔지만, 황 대표와 한 자리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서로 손을 맞잡기도 하고 포옹하기도 했다. 중도·보수진영의 결집을 위한 제스처로 풀이됐다. 통합당이 비상 사태를 맞은 상황에서 둘의 만남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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