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가 케이뱅크 최대주주에 올라설 계획을 밝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BC카드가 케이뱅크 최대주주에 올라설 채비에 나섰다. 모회사인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에 막혀 시름에 빠진 가운데, 대신 구원투수로 등판키로 한 것이다. BC카드가 대주주에 오르면 케이뱅크의 자본확충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 KT 지분 취득+유상증자 참여… 최대주주 올라선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BC카드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주식 10%(2,231만 주)를 363억원에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BC카드는 취득 목적에 대해 “사업 시너지 강화 차원”이라고 밝혔다. 취득 예정 일자는 17일이다. 
 
이번 주식 거래가 성사되면 BC카드는 단박에 케이뱅크의 2대주주로 올라선다.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는 현재 우리은행(13.79%), KT(10%), NH투자증권(10%), 케이로스 유한회사(9.99%), 한화생명(7.32%), GS리테일(7.2%), 케이지이니시스(5.92%), 다날(5.92%) 등이다.

BC카드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케이뱅크의 지분 34%까지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6일 5,94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보통주 약 1억1,898만주를 신주 발행한 후 현재 지분율에 따라 배정하고 실권주가 발생하면 주요 주주사가 이를 나눠서 인수하는 방식이다. 주금 납입일은 오는 6월 18일로 정해졌다. BC카드는 해당 유상증자에 2,625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업계에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업계에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인터넷은행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후, KT가 계열사인 BC카드를 통한 우회증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KT는 지난해부터 케이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3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IT기업 최대치) 확보한 최대주주에 오르겠다며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심사는 이내 중단됐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검찰 고발된 전력이 발목을 잡은 것. 이에 KT를 대주주로 변경해 자본을 수혈하려던 케이뱅크의 계획도 자초됐다. 

이후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은행법이 국회에 상정돼 활로를 찾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 또한 결국 물거품이 됐다.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부결된 후, 여야는 총선 이후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마냥 기다리고 있기에는 케이뱅크의 상황이 좋지 못했다. 

케이뱅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자본 조달에 지연되면서 예·적금담보대출을 제외하고 1년 넘게 신규 대출이 중단된 상태다.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5,051억원에 불과하다.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가 자본금을 1조8,000억원 수준까지 늘린 것과 비교된다. 카카오뱅크는 공격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영업력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1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아울러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카카오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과제도 마무리지었다. 

◇ 벼랑 끝 위기 케이뱅크, 숨통 트이나  

반면 케이뱅크는 실적과 건전성 악화에 모두 시달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에 1,007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설립 이래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88%까지 떨어져 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비율(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 비중)은 1.41%로 전년 동기보다 0.74% 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KT는 자본력이 우수한 BC카드를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BC카드가 마스터카드 지분을 팔아 케이뱅크 투자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BC카드 이사회는 올해 안에 마스터카드의 보유 주식 145만4,000주를 4,299억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마스터카드의 지분 매각에 대해 “차익 실현 차원”이라고 전했지만 업계에선 케이뱅크 투자와 연관성이 높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향후 자본 확충이 완료되면 케이뱅크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아울러 BC카드와의 협력을 통한 사업 시너지도 기대될 전망된다. 이문환 케이뱅크 대표이사는 지난달까지 BC카드 사장을 지낸 인사다. BC카드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인 만큼, 사업적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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