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지난달 1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홍콩으로 들어오는 승객들에게 전자 손목밴드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뉴시스
홍콩은 지난달 1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홍콩으로 들어오는 승객들에게 전자 손목밴드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들 중 자가격리를 위반한 이들에 한해 위치 추적이 가능한 ‘전자손목밴드(안심밴드)’를 착용시키기로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인권침해 문제를 비롯해 강제로 착용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정부, 인권침해 논란 불거지자 7일 ‘검토중’ → 11일 ‘제한적 도입’ 발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해외입국자 전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자가격리 대상자들이 격리 장소를 이탈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이들에 대해 전자 추적장치를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안심밴드는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돼 휴대전화에 설치된 ‘자가관리’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되고, 격리자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거나 밴드를 훼손 또는 절단하게 되면 전담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통보된다.

정부는 지난 7일 자가격리자 전원에 대해 안심밴드 착용을 검토했으나 자가격리자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어 인권침해라는 논란이 일었다. 또 자가격리 지침을 준수하고 있는 이들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라는 불만도 속출했다.

이에 정부는 기존 논의안을 수정해 착용대상을 △자가격리지 무단이탈자 △담당공무원과 연락이 되지 않는 자 등으로 제한해 축소했다. 안심밴드 착용에 앞서 ‘본인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도 따라 붙었다.

지난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자가격리지역 무단이탈 등 지침을 위반한 이들에 대해 위치추적이 가능한 ‘안심밴드’를 착용시키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안심밴드는 2주 내 도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정부가 안심밴드 착용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당사자 동의를 얻어 착용을 시키겠다고 밝혔음에도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당사자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강제로 착용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한계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안심밴드가 현행법상 명시적 근거가 부족하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범석 범정부대책지원본부 격리지원반장은 “자가격리 지침 위반자에 대해서는 본인의 동의를 받아 착용을 하도록 유도해 인권침해의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할 뿐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자가격리 지침 위반자에 한해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안심밴드 착용을 유도할 방침이지만 이들에 대한 ‘무관용 원칙’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자가격리 지침 위반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이 반장은 “지침 위반자들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지만 안심밴드를 착용한 자가격리 지침 위반자에 대해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고려될 수는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형 기준에 대해선 수사당국이나 사법당국에서 이 부분과 관련해 정상참작해 판단할 부분이라는 것이 중대본 측의 입장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손목밴드 착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77.8%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br>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손목밴드 착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77.8%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br>

◇ 16일 기준 자가격리 위반자 日 4명꼴… 정부 “밴드 착용 동의, 어려움 없을 듯”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손목밴드 착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77.8%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손목밴드 착용을 찬성하는 셈이다.

또 취업포털 커리어가 취업준비생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 16일 공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91.8%(101명)는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안심밴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찬성’이라고 답했는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해서(76.2%)’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안심밴드 도입 찬성 응답자의 55.5%는 ‘자가격리 위반자 본인 동의 없이 안심밴드를 의무 착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강제 착용은 불가능하다.

안심밴드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은 약 8.2%(9명)로, ‘과도한 제재이기 때문(55.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동선 감시 등이 인권 침해(22.2%) △본인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줄 수 있을 것(11.1%)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행위(11.1%)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안심밴드 도입과 관련해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는 것과 함께 정부 측은 무단이탈자들이 안심밴드 착용에 대부분 동의해 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6일 오후 6시 기준, 자가격리자는 5만6,58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자가격리 의무를 위반하고 무단이탈한 이들은 집계를 시작한 지난 2월 17일부터 지난 16일까지 두 달 동안 232명이다. 자가격리자들 중 0.41% 정도다. 60일 동안 232명이 적발된 것을 감안하면 하루 4명 수준이다.

이들 중 153명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자가격리자들에 대해 계도를 우선적으로 실시했고, 지난 3월말쯤부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경찰 수사대상과 무단이탈자 수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행정안전부 측의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안심밴드는 4월말쯤부터 자가격리를 위반한 이들에 한해서만 동의를 받아 착용을 권유하도록 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는 어플리케이션과 GPS를 통해 자가격리자의 위치를 모니터링 해 일정 구역을 벗어나면 관리자에게 내용이 전달돼 조치를 취하게 되며, 안심밴드는 휴대폰을 자택에 두고 이동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보조수단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심밴드를 착용하지 못하겠다는 자가격리자들에 대해선 착용을 강제하지 못하지만 두 달간 자가격리 구역을 무단으로 벗어난 이들을 하루 기준으로 환산하면 3∼4명 정도라 동의를 구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불편하겠지만 자신과 가족, 이웃들을 위해 되도록 지정 구역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을 당부하며, 잠깐의 이탈로 형사처벌 및 피해가 발생할 시 금전적 보상을 해야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개발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은 GPS 오차가 약 5m 내외이며, 기능을 개선해 기존에 접속한 와이파이 외 다른 와이파이 신호가 잡힐 경우 자가격리자가 위치를 벗어난 것으로 감지하도록 수정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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