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시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받았다고 발언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이 반박에 나서면서 양국 간 때 아닌 ‘친서 논란’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과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미국의 적수들이 미국에 맞서는 데 대해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러시아부터 답변하다가 북한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한다. 알다시피 그들은 오랫동안 해왔다”면서 “나는 최근 그에게서 좋은 서한을 받았다. 좋은 서한이었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여기서 그는 김 위원장을 뜻하는 것으로, 서한을 받은 시점이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부연설명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이라고 언급하면서 김 위원장에게서 얼마 전 친서를 받고 이를 언급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지원 및 북미관계 구상 등을 담은 친서를 보낸 사실을 북미 양측이 확인한 바 있어,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한 답신을 보낸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이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8일 저녁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며 “따뜻한 편지가 왔다”고 밝혀 북미 교착국면이 타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브리핑 이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19일 오후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담화를 통해 “미국 대통령이 지난 시기 오고간 친서들에 대해 회고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 우리 최고 지도부는 미국 대통령에게 그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우리는 사실무근한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있는 미국 지도부의 기도를 집중 분석해 볼 계획”이라며 “조미 수뇌들 사이의 관계는 결코 아무 때나 여담 삼아 꺼내는 이야기거리가 아니며 더욱이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되면 안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모두 ‘최근’이라고 명확하지 않은 시점을 거론한 것으로 봐서 양측이 생각하는 시점이 다를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짚기보다는 두루뭉술한 화법을 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상 ‘최근’의 범위를 넓게 잡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을 기념해 친서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답례성 메시지를 거론한 것일 수도 있다. 해당 친서의 답신이 왔는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또 북한이 ‘미국지도부의 기도를 분석’, ‘이기적인 목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미협상을 국내정치에 이용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담화 주체도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인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도 비난 수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인도지원을 계기로 북한에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은 아직 공개적인 입장을 표하지 않았다. 북한의 요구는 제재완화와 체제보장으로 북미 실무협상은 지난해 10월 초 결렬 이후 진전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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