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양대산맥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1터미널 운영을 포기했다. / 뉴시스
면세업계 양대산맥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1터미널 운영을 포기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조삼모사(朝三暮四)’ 식 임대료 인하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중감면으로 초과 이득 및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여객수가 전년 동기대비 98% 줄어들면서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의 매출도 주저앉았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3월부터 오는 8월까지 6개월간 임대료를 20% 인하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 단서조항으로 ‘올해 6개월간 임대료 20%를 받을 시 내년 임대료 감면의 6개월치를 포기할 것’을 내걸어 면세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 공항임대료, 3가지 방식 존재… 여객연동형 사업장만 29% 할인은 형평성 문제

인천공항 상업시설 임대료는 △매출연동형 △여객연동형 △고정임대료형 등 3가지 방식이 병존한다.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 위치한 면세점은 대부분이 고정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으며, 제2여객터미널(T2)은 여객연동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객연동형 임대료 납부 시스템은 지난해 여객수가 전년 대비 증가했는지 또는 감소했는지 여부에 따라 임대료를 ±9% 조정하는 방식이다.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인하 조치가 논란이 된 이유는 인천공항 T2에 입점한 면세점들에 대해 올해 8월까지 임대료를 20% 인하해 주는 대신, 지난해 대비 올해 여객이 감소한 것에 따른 내년 임대료 인하율 최대 9%를 6개월간 적용해주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다.

T2 입점 면세점의 경우 올해 6개월간 20% 감면된 임대료를 지불하고, 내년에도 올해 여객 감소에 따른 임대료 인하율 9%를 받으면 6개월 + 6개월 동안 최대 29%의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반면 T1에 입점한 다수 면세점의 경우 고정형임대료를 납부하고 있어 올해 여객감소에 따른 내년 임대료 감면을 받지 못한다.

이 경우 T1과 T2에 위치한 일부 면세점의 경우 올해 임대료를 6개월간 20% 감면과 내년에 올해 여객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부분을 적용해 최대 9% 감면해줄 시 최대 29% 감면율을 적용받게 된다. 반면 T1에 위치한 다수의 면세점은 올해 6개월간 고정임대료의 20%만 감면받을 수 있어 내년까지 감면율을 종합할 시 9%p 차이가 발생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코로나18 사태 속에서 인천공항 임대료 지원 대상을 중소 업체로 한정하면서 중견 업체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한국인 출입 금지가 이뤄진 9일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 뉴시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인천공항 임대료 지원 대상을 면세업계까지 확대했으나, 인천공항공사의 단서조항에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 뉴시스

◇ 면세업계 “올해와 내년 임대료 감면은 별개 사안, 내후년부터 임대료 상승은 뻔해”

국토부의 이 같은 임대료 인하 조치에 인천공항에 입점한 국내 면세 3사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롯데·신라·신세계 국내 면세점 빅3 업체는 인천공항공사에 면세점 임대료 할인 신청서를 제출 마감일인 8일까지 내지 않고 제출 기한 연기 및 내년 임대료 인하율 적용에 대해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임대료 할인 신청서 제출 기한을 연장해주면서도 내년 임대료 인하 적용은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면세업계 3사는 지난 13일 결국 올해 임대료 20% 할인 시 내년 9% 할인은 해줄 수 없다는 조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문과 함께 임대료 20% 할인 신청서를 모두 제출했다.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에 대해 올해 임대료 20% 감면과 여객수 감면에 따른 내년 임대료 9% 인하는 별개의 건으로 봐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임대료를 20% 인하하더라도 내년에 9% 인하를 적용해주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계산했을 시 감면율이 10% 내외일 뿐이라 체감상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여객수가 언젠가는 회복을 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라 언제 회복될 지 미지수라 최소보장금액(임대료)이 너무 부담되는 상황이다”라며 “올해 여객수가 평년에 비해 급감했기 때문에 내년과 내후년에는 여객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건 너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면 무조건 임대료는 무조건 오르는 것인데, 올해 베이스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3사가 지불하는 임대료는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월 800억원 정도인데, 20% 감면을 적용하더라도 임대료로 월 600억원이 나가게 되는 상황”이라며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3사는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하루 매출이 모두 합쳐도 1억원 안팎으로 급감해 임대료를 지불하고 시설사용료 등 부대비용을 합치면 3사가 총 월 1,000억원 정도의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임을 인천공항공사나 정부 측에서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용은 계속 커지고 매출은 줄어드는 상황인 셈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일부 공항들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는 것을 감안해 임대료를 일정 기간 50% 감면해주거나 매출연동제로 임대료를 지급받고 있다. 기존에 고정형임대료를 지급받던 일부공항도 코로나19 사태에 일시적으로 임대료를 매출연동제로 변동해 유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 해외공항, 임대료 6개월 50%·1년 20% 감면 또는 일시적 매출 연동제 도입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태국공항(수완나품, 돈므앙, 푸껫, 치앙마이, 핫야이, 매파루앙 등 6개) 등이 고강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고정 임대료를 납부하는 상업시설에 대해선 임대료를 50% 감면해주고 있으며, 여객수가 대폭 감소한 T2, T3 일부 매장은 이번달까지 임대료를 면제해준다.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은 지난해 9월 홍콩시위로 인한 여객수 감소로 1차 임대료 완화 조치 발표 이후 올해 2·3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약 4,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했다. 또한 고정임대료 납부 사업자는 올해 3∼5월 70%, 6월에는 50%를 감면한다.

태국 6개 공항에서는 상대적으로 임대료 인하폭은 낮으나 고정 임대료 납부 사업자에 대해 올해 2월∼내년 1월까지 20%를 감면해준다. 매출연동+최소보장액 납부 사업자는 올해 2월∼내년 3월까지 매출연동액만 납부하며, 지난 2월∼오는 7월 임대료에 대해 납부 기한 연장 및 사업자 요청 시 6개월 더 연장을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유럽 국가 중 스페인공항공사(AENA)는 항공편 감소로 인해 운영을 중단한 터미널 내 상업시설 임대료 면제해주고 있다. 세계 1위 면세사업자인 듀프리(Dufry)는 스페인의 25개 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규모 지원에 나섰다. 미국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과 덴버 국제공항·마이애미 국제공항·달라스 포트워스 국제공항·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등은 모두 매출연동제로 임대료를 지급받고 있다. 특히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은 최소보장금액을 면제해주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부분 공항은 상업시설에 대한 임대료를 최소보장금액제로 지급받고 있는데, 덴버·마이애미·달라스 포트워스·LA 국제공항 등에서는 기존 계약을 모두 매출연동제로 일시적으로 조정해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공항들은 이번 조치로 약 300∼800억원 정도의 수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서로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인천공항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힘든 시기에 서로 상생하며 어떻게든 버텨야 나중에 정상화 됐을 때 무리없이 면세점 운영이 가능한데, 그 사이 망해버리면 면세점에 속해 있는 근로자들이나 협력업체 직원들은 갈 곳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현재 면세점은 특별고용지정업종 대상이 아니라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면세업계의 고충을 수렴해 특별고용지정업종에 면세점을 단기적으로라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토부 측은 현재로서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음을 토로했다.

국토부 측 관계자는 “공항과 같은 공기업의 임대료 할인율 같은 경우는 기획재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부분이라 인천공항공사 지분을 100% 보유한 국토부라 할지라도 임의로 추가 인하는 힘들다”며 “문제점에 대해 모두 인지는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산업계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는 부분이며, 어려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고정형 임대료로 계약했던 T1의 경우 기존 계약이 끝나면 이후부터는 매출이나 여객연동형 임대료 체계로 바꿔나갈 체계를 통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공항공사 측은 지난 17일 밤 배포한 해명자료를 통해 임대료 20% 6개월 감면과 내년 임대료 인하율 9%를 모두 적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재정, 공익보호, 이중수혜방지, 국민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는 앞으로 면밀한 검토와 각계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할 예정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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