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 20일 오후 광주고검·광주지검을 방문한 뒤 황병하 광주고등법원장을 예방하기 위해 광주고법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 20일 오후 광주고검·광주지검을 방문한 뒤 황병하 광주고등법원장을 예방하기 위해 광주고법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조국 사태’ 이후 척을 지게 된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폭풍전야를 이어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 권력 핵심부가 연루된 수사와 검찰 개혁 문제 등을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왔던 여권과 윤 총장이 4‧15 총선이 실시되면서 잠시 휴전 상태에 들어갔으나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 여권 내에서는 윤 총장 퇴진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친문재인‧친조국’ 성향의 여권 후보들은 총선 이전부터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전방위적 수사를 펼쳤던 윤 총장을 공격하는 언행들을 해왔고, 보수진영에서는 친조국 성향의 후보들이 21대 국회에 입성할 경우 ‘윤석열 응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총선이 끝난 이후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때리기’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윤 총장 사단을 ‘정치 검찰’로 규정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최 당선인은 “정작 법정에 서야 할 사람들은 한 줌도 안 되는 검찰정치를 행하고 있는 검사들”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정치검찰의 불법적이고 정치적 기소로 저는 오늘 법정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최 당선인은 “이미 시민들의 심판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을 조종하거나 언론과 결탁해 여러 사람을 괴롭히고 무고한 피고인을 양산한 행태가 반복되는 것에 굉장히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최 당선인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약속드렸다. 한줌도 안되는 부패한 무리들의 더러운 공작이 계속될 것”이라며 “그것들이 두려웠으면 나서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저 사악한 것들보다 더럽게 살진 않았다”며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주장했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8번을 받았지만 낙선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도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을 겨냥 “법을 배운 뒤 시험에 합격한 것만으로 과도한 권한을 부여받았으나 이런 헌법의 정신은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는 망나니들이 도처에서 칼춤을 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우희종 공동대표도 윤 총장의 거취를 공격했다. 우 공동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조국 전 장관 딸의) 표창장 하나로 여러 대학 압수수색에 굳이 청문회 시작하는 날 기소를 하고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에 앞장선 조국 장관 사퇴를 유도했을 때 그는 씨익 웃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까지 그 어느 역대 대통령도 검찰 개혁에 성공한 적이 없노라고, 더욱이 검찰 권력과는 기레기 언론이 찰싹 붙어 있노라고, 청와대에 들이대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라고”라며 “그런 자신감 속 과유불급의 그가 놓친 것은 촛불 시민의 민심이자 저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 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에서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면서 “그토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당신(윤 총장), 이제 어찌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민주당의 총선 압승 뒤 처음으로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정부와 함께 여당도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모든 역량을 국난 극복에 집중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여권 일각에서 윤 총장 퇴진론 등이 불거지며 사회적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도 ‘윤석열 퇴진론’에 대해 사실상 함구령을 내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과 경제위기, 일자리 비상사태”라며 “우리 당은 이런 상황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시사위크>통화에서 “총선이 끝나고 윤석열 총장 거취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는 것 같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퇴진’ 목소리가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윤 총장 퇴진 문제는 ‘포스트 총선 정국’에서 극한 사회, 정치적 갈등을 초래할 ‘화약고’로 여겨지고 있다.

당위성 논란은 뒤로 하고 민주당이 향후 다시 ‘윤석열 퇴진’ 카드를 내밀 경우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찬반을 놓고 벌어졌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총선 압승으로 오만해진 여당이 ‘윤석열 죽이기’에 나섰다며 공격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될 경우 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호기를 잡았음에도 여야간 소모적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도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통화에서 “조국 전 장관 관련 의혹이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가지고 평가를 해서 윤석열 총장을 쫓아내겠다고 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이야기하는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보복으로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자신의 부인 및 장모 관련 의혹 수사, 패스트트랙 수사 등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형평성 문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자체 감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점 등 때문에 퇴진론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여권에서 공개적으로 ‘윤석열 퇴진론’을 내세울 경우 윤 총장의 몸집만 키우는 꼴이 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앞으로 여권에서 윤석열 사퇴론은 계속해서 불거질 것이다. 윤 총장의 부인 및 장모 관련 의혹과 패스트트랙 수사도 제대로 안되고 있고 (검언 유착 의혹 관련) 감찰에 대해서도 시큰둥했다”며 “윤석열 총장의 행보 자체가 미덥지 못한 것은 검찰 개혁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고, 또 협조하고 안되면 법사위에 불러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윤 총장이 검찰 개혁에 얼마나 걸림돌이 되는지, 형평성에 맞는 수사를 안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사퇴하라고 하면 윤 총장과 검찰 개혁 저항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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