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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김정은 건강이상설’ 나오는 이유
잊을만하면 ‘김정은 건강이상설’ 나오는 이유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0.04.21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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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태라는 외신 보도가 있어 정치권이 술렁였다. /조선중앙통신 캡쳐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1일 오전 정치권은 ‘김정은 중태’ 소식에 술렁였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김정은 심혈관 시술설’을 보도한 데 있어 미국 CNN 방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술 후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 김정은, ‘뇌사 상태’ 찌라시까지 등장

김 위원장의 건강과 북한의 후계구도는 남북관계·북미관계 뿐 아니라 국제적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주제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폐쇄적인 국가 운영, 미국과 오랜 시간동안 적대관계, 후계 세습 등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북경제협력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주요한 남북협력 사업 추진이 남아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을 때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흘러나왔다. 이번 소식의 발단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때 참배를 가지 않은 것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은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돼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2년 공식 집권 이후 할아버지 김 주석의 생일에 참배하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청와대도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한 배경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태양절 하루 전인 지난 14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했는데 이와 관련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없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주요한 무기 시험을 빼놓지 않고 참관하고 있어 해당 훈련도 관련 보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순항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거나, 김 위원장이 몸살 등으로 아픈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건강이상설’에 불을 붙인 것은 한 찌라시다. 최근 언론계·증권가·정가 뿐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는 이 찌라시는 “수술 실패로 김정은은 현재 뇌사 상태에 준하는 심각한 상태”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찌라시를 살펴보면 “김 위원장은 뇌사 상태에 준하는 심각한 상태이나 사망한 것은 아니고 정상정인 상태로 돌아오기 힘드며, 아시안게임(2014년)에 방한한 북한 실세 3인방이 현재 전권을 행사하고 김여정이 명목상의 지도자”라고 돼 있다. 또 “평양에 계엄령이 선포됐으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통합진보당 최고지도부와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동요상태”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하지만 해당 찌라시는 이미 5~6년 전부터 퍼진 적 있는 근거 없는 내용이다. 우선 2014년 아시안게임 중 방한한 북한 실세 3인방은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인데 이 중 김양건은 지난 2015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통합진보당도 찌라시에 등장했는데 통합진보당은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받아 해산됐다. 

현송월 북측 사전점검단 단장이 1박2일의 일정을 마치고 북으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한때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도 총살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현송월 단장은 남측으로 내려와 공연을 하는 등의 외부 활동을 했다. /뉴시스

◇ 현송월·최룡해 등 사망설도 오보

이같이 확인되지 않은 북한 소식은 왜 자꾸 보도되는 것일까.

구 소련이 해체되기 전, 크렘리놀로지(Kremlinology·구 소련학)라는 분석 기법이 있었다. 이는 서방에서 냉전 상태라 직접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소련 및 공산주의 국가의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언론 보도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크렘리놀로지는 언론 등장 횟수, 공식 행사에서의 자리 배치 및 의전 절차, 호칭 변화, 성명 분석, 언론에 실린 사진 속 서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공식 석상에 나타난 정보를 조합해 권력 이동이나 대외정책 변화를 추론하는 것이다. 2020년 현재 냉전시대는 종식됐지만, 북한만은 여전히 문을 닫고 있어 크렘리놀로지 기법을 통해 해석해야만 하는 국가로 남아있다.

남북분단이라는 특성상 북한은 현장 취재가 불가능하다. 북한 당국자와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날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북한매체 보도를 크렘리놀로지 기법을 통해 해석할 수밖에 없어 오류가 생긴다. 혹은 탈북자, 북한과 교류협력 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대북 지원단체 등에서 북한 내부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그러다보니 오보도 많았다. 대표적인 오보는 2013년 8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총살 보도였다. 당시 국내 언론은 현 단장이 음란물 제작혐의로 다른 예술인 10여명과 총살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 단장은 다음해 5월 북한전국예술인대회에 등장했고, 2018년에는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방남했다.

최룡해 최고인민위원장도 2014년 5월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나면서 한동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처형설’에 휩싸였다. 장성택(김정은 위원장 고모부)과 함께 처형됐다는 추정이었다. 그러나 최룡해는 같은 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 무렵 김 위원장의 수행원으로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이유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숙청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같은 해 김영철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란히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기밀에 속해,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까지는 근거를 확신할 수 없다. 탈북자 출신인 주성하 동아일보 북한전문기자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일성 때부터 김씨 일가가 죽었다, 쓰러졌다는 수없이 많은 오보들이 쏟아졌다. 정작 진짜로 김일성과 김정일이 죽었을 때 그걸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김씨 일가 건강은 극비 중의 극비”라고 지적했다.

주 기자는 “김정은 건강은 고사하고, 정보가 공개된 대한민국에서조차 대통령이 눈 수술하고, 리프팅 시술하고 해도 전혀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김정은이 무슨 수술을 받았는지 바로 알아낸다는 것은 감청능력을 보유한 정보기관은 어느 정도 낌새를 챌 수 있겠지만, 인적 정보로는 내가 알건대 그런 능력자는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정은 중태설’이 이날 언론에 보도되자 청와대, 정부는 일제히 부인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에게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으며,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도 식별되지 않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현재 측근들과 지방에 체류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포착할 만한 동향을 보이지 않으며, 노동당·내각·군부 등 어디에서도 비상경계 같은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항이 없다”며 “전문가 평가에 대해서도 정부가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재차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속 또 다른 변수를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김정은 중태설’은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폐쇄적인 북한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김정일 심혈관 수술설’도 당분간은 확인이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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