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참패에 대한 기자회견을 끝내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참패에 대한 기자회견을 끝내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15 총선 막바지 미래통합당 선거를 총지휘했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이번에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위기에 놓인 당을 이끌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통합당 소속 20대 국회의원과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140여 명 중 과반이 총선 참패 후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할 카드로 ‘김종인 비대위’ 카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알렸다. 이는 당내 20대 국회의원과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142명 중 연락이 닿지 않은 2명을 제외한 140명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라고 한다.

총선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도 당이 ‘김종인’이라는 이름 석자를 또 전면에 등장시킨 것은 그 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 공천이 전부 마무리된 3월 말에 선대위에 영입된 관계로 총선 참패에 큰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통합당은 우선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한 김 전 위원장과 접촉해 입장 조율 과정을 거치고 다음주 중 비대위 구성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보수진영 전체가 흔들릴 만큼의 치명상을 입은 뒤라 김종인 비대위의 수습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최종 수락할지는 요구 조건의 관철 여부에 달렸다. 예컨대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당헌당규에 따라 8월 말에는 진행해야 하는데, 당내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문제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8월 전당대회’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비대위원장 논의 여지조차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사실상 통합당을 병든 환자로, 자신을 의사로 비유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통합당 재건 조건을 묻는 진행자 질문에 “의사가 병든 환자를 고치려고 하는데 환자가 의사 말에 순응해야 병을 고친다"며 “환자가 반항하면 의사가 치유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요구를 통합당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당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중진들의 반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구성되기까지의 길이 마냥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이와 관련,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심 권한대행의)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그에게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라며 “집 비우고 떠나는 사람이 ‘인테리어는 꼭 고치고 떠나겠다'고 우기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당선돼 5선을 달성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이어 “지금 시급한 것은 당선자 대회의 개최”라며 “위기탈출의 단초는 거기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 반발을 딛고 김종인 비대위가 구성된다면, 김 전 위원장은 취임 직후 15인 이내의 비대위원을 꾸려 당장 당내 산적한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김 전 위원장이 지휘봉을 쥔다면 연내 전당대회 개최는 사실상 불가하게 된다. 그는 비대위의 구체적 기한은 못박지 않았지만,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2022년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를 기준점으로 제시했다.

비례대표 19석을 확보한 미래한국당을 흡수통합할지, 1석을 추가해 제3의 교섭단체로 남겨둘지도 관심 포인트다. 이와 관련 김 전 위원장은 앞서 “(흡수통합을) 일정 기간 동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만큼 가능성은 열어둔 모습이다.

홍준표 전 대표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 윤상현·권성동 의원 등 낙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남은 인사들에 대한 복당 문제도 남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탈당파의 복당은 당장 서두를 문제는 아니며, 당내 사정에 따른 검토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이 총선 악몽을 겪은 지 일주일이 흐른 가운데,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난국에 처한 통합당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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