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결과, 지역구도 현상은 여전했지만 그 내막을 분석해 보면 지역구도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4‧15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민심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총선을 통해 180석의 ‘슈퍼 여당’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한국 정치의 오랜 과제인 지역구도 현상이 완화됐을까.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지역구도가 크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의원(수성구갑)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민주당으로 복당한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까지 진보계열 인사가 2명이나 당선됐다. 진보 성향의 호남에서도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후보로 이정현(전남 순천시)‧정운천(전북 전주시을) 의원이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영남은 미래통합당, 호남은 민주당에 표 쏠림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 지역주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영남에서 전체 65석 중 7석만 획득했고, 통합당은 56석을 싹쓸이 했다. 민주당은 TK에서 단 한명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는 영남권 65석 중 12석을 확보했었다.

하지만 지역별 정당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은 영남에서 지난 20대 총선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부산의 경우 26.64%였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28.42%(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기준)를 획득했다. 울산에서는 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22.76%, 21대 총선에서는 26.76%를 얻었고, 경남에서는 20대 총선에서 24.35%, 21대 총선에서 25.59%를 기록했다.

경북에서도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12.89%를 얻었지만 21대 총선에서는 16.14%로 상승했다. 반면 대구에서는 20대 총선에서 16.30%를 얻은 반면 21대 총선에서는 16.23%로 다소 하락했다.

후보 득표율의 경우는 20대 총선에서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 18명 후보 가운데 40% 이상 득표한 후보가 8명이었으나 이번에는 16명으로 늘었다. 대구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 7명 가운데 20% 이상 득표한 후보는 4명이었으나 이번에는 12명 후보 가운데 20% 이상을 득표한 후보는 11명으로 증가했다.

20대 총선과 21대 총선 호남지역의 의석 분포도. /그래픽=김상석 기자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광주와 전남, 전북 28석 가운데 27석을 싹쓸이 했다. 나머지 1석은 남원·임실·순창 선거구 무소속 이용호 당선인이 민주당 이강래 후보를 꺾고 차지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이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호남 28석 가운데 23석을 싹쓸이 했었다. 민주당은 전북 익산갑과 완주ㆍ진안ㆍ무주ㆍ장수, 전남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 등 3곳에서만 겨우 승리했다. 나머지 2석은 새누리당 후보였던 이정현(전남 순천시)‧정운천(전북 전주시을) 의원이 차지했다.

이 같은 영호남 투표 성향에 대해 전문가 사이에서는 지역구도가 더욱 심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역주의가 이번 총선에서 좀 더 심각해졌다고 본다”며 “철저한 진영 대립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여당도 야당을 적대적으로 대했고 야당도 여당을 적으로 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번 총선 결과는 과거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과거 잣대를 그대로 적용해 단순히 지역구도 부활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규정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의 경우  지난 총선에 비해 민주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는 줄었지만 정당 득표율은 상승했기 때문에 지역구도가 부활했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총선 민심에 영남의 지역 현안, 정국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부산, 경남, 대구 등에서 지난 총선보다 득표율이 상승했다”며 “지역주의 벽에 무너졌다는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모든 것을 지역구도로 치환할 수 없다. 민주당이 부산에서 지난 총선보다 후보자들의 득표율이 올랐음에도 졌다는 것은 보수가 더 많이 결집했기 때문”이라며 “영남은 그동안 지역 경제가 어렵다는 불만이 많았고 조국 사태 이후에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관심 등 여권에 대한 불만이 지지자들의 결집도보다 더 높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영남 지역 정당 득표율은 상승했지만, 지역구 선거의 경우 소선거구제가 승자독식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다 득표자 이외 표를 모두 사표로 만들어 민주당 소속 당선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의 경우도 지역구도 부활의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신구 정치세력의 교체 시각에서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의 경우는 제1야당임에도 이번 총선에서 호남 28개 지역구 중 12곳에만 후보를 냈다. 호남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줬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이들 정치세력을 철저히 심판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이후 분열 과정을 거쳐 공중분해됐고 국민의당 소속 호남 지역 현역 의원 다수가 민생당으로 이번 총선을 치렀다. 그러나 민생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민생당 소속 호남 지역 중진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또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3선 의원 출신인 이강래 전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음에도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호남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했지만 국민의당이 분열과 갈등만 낳았고 호남 민심은 물론이고 국민의 민심도 대변하지 못했다”며 “민생당이 워낙 못했기 때문에 민주당에 몰표를 준 것이고 통합당이 잘한 것이 있느냐, 그렇게 보지도 않았다. 이를 지역구도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남에서는 세대 교체의 측면도 있다”며 “이를 지역구도로 규정짓는 것은 한계가 있는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호남의 투표는 세대 교체, 세력 교체의 의미가 있다”며 “민주당이 구정치세력으로 상징되는 의원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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