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가 끝난 지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지와 투표관계서류 등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가 끝난 지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지와 투표관계서류 등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과 민생당이 제21대 총선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당직자들도 각자도생에 나서는 모습이다.

소속 정당 재건에 힘을 보태려는 당직자가 있는가 하면 타 정당으로 옮기려는 당직자도 있다. 정치권 자체에 실망해 여의도를 떠나 새 진로를 찾아나서기로 결정한 이들도 있다.

이번 총선 결과 미래통합당은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의석을 합해 총 103석을 확보했고, 민생당은 원외정당으로 전락했다.

통합당의 경우 현 112석(한국당 20석 포함) 대비 9석을 잃었다. 특히 당이 전국단위 선거인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4연패를 당하면서 당직자들의 불안감이 연일 높아지고 있다.

일부 지역구의 총선 결과에 실망해 진로 선회를 고민하는 당직자도 있다.

한 통합당 당직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오세훈(광진을 낙선) 전 시장이 광진에 출마하려고 작년부터 지역을 살폈는데 고민정(더불어민주당 광진을 당선) 후보에게 지는 걸 보니 이 바닥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최악의 경우 정치판을 떠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기업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힌 다른 통합당 당직자는 “내가 아는 몇몇 보좌진들은 급을 낮춰서라도 다른 의원 방에 들어가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합당을 재건하기 위한 당직자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통합당 팀장급 이하 당직자들은 23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총선 패배 원인 분석 및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했다. 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포기하지 말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이들은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자체 혁신안을 작성하고 차기 지도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민생당의 경우 통합당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민생당은 총선 전까지 20석을 보유해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당의 기반인 호남이 등을 돌리면서 후보를 낸 지역구에서 전패했다. 기대했던 비례대표 의석마저 정당 득표율 최소 기준인 3%를 넘기지 못해(2.71%) 원외정당이 됐다.

당이 사실상 붕괴 지경에 처한 셈이다. 구조조정이 기정사실화된 당직자들의 불안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 민생당 당직자는 이날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공채를 시작한 다른 당 의원실 몇 곳을 알아보고 있다”며 “이력서를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퇴직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생당에 따르면, 현재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사실상 확정적인 상태로 황한웅 사무총장과 당직자 노조 측이 희망퇴직 세부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희망퇴직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에 남아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생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무처가 희망퇴직과 관련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직자들이 당의 존립 자체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텐데 서운하지 않도록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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