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처 환불 시 기존 환불금액 +10%, 단 ‘사용기한 1년’ 제한
일부 외항사, 현금 환불 불가 선언… 전자 크레딧·바우처 제공
유동성 위기, 현금마련 위한 최후의 보루… IATA도 “어쩔 수 없는 상황”

국내 항공사들이 2분기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국내외 항공사들이 기존 예매 항공권을 취소하는 소비자들에게 현금 환불 대신 포인트나 바우처 지급을 권하는 상황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항공업계를 강타하면서 항로가 모두 닫혔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기존에 자사 항공권을 예매한 소비자들에게 환불을 해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모든 소비자들에게 현금 환불을 해줄 시 자금난을 겪게 될 수 있어 몇몇 항공사는 바우처나 포인트 환불을 권유하고 나섰는데, 일부 외국항공사에서는 현금 환불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 잡음이 일고 있다.

먼저 바우처 또는 포인트 환불이 가능한 항공사로는 국내 항공사 중에는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있으며, 외국 항공사는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델타항공 △베트남 뱀부항공 △에어프랑스-KLM △체코항공 △카타르항공 △포르투갈항공 △핀에어 등이 있다.

이 중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에어프랑스-KLM, 핀에어 등 항공사는 고객의 선택에 따라 기존 결제 수단과 동일하게 현금 환불을 해주거나 소비자가 원할 시 바우처 또는 포인트로 환불을 해준다. 바우처나 포인트 환불을 선택할 시엔 기존 환불 금액보다 10%를 추가로 제공하거나 향후 예매 시 10% 할인을 제공한다. 바우처는 개인 교환권이 아니므로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타인의 항공편 요금을 결제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우처의 경우엔 사용기한이 1년으로 한정돼 있으며, 사용기한 연장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이를 선택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인트는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른데, 제주항공은 기존 항공권 가격에 해당되는 환불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5년이며 추가로 제공된 10% 적립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1년이다.

고객 선택에 따라 환불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항공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부 외항사는 고객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환불 신청을 하면 현금 환불 대신 임의로 바우처나 포인트를 지급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델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항로가 차단되자 자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출발 예정인 국제 여행의 경우 모든 변경 수수료가 면제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9월 30일 이전에 출발하는 여정에 대해선 추가금 없이 예약변경이 가능하나, 이후 10월 1일부터 2022년 9월 30일까지 여정에 대해선 여정 변경 수수료는 적용하지 않지만 항공권 요금 차이가 발생할 시 추가금은 지불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여정 변경이 아닌 항공권 취소와 관련한 내용으로는 “여정이 정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수수료 없이 취소를 할 수 있다”며 “향후 eCredit을 사용해 나중에 새 항공편을 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환불’을 결제수단(현금·카드 등)으로 돌려주는 것이 아닌 포인트와 같은 ‘전자 크레딧(eCredit)’으로 우선 제공하는 것이다. 해당 포인트 사용기한은 2022년 9월 30일까지다.

카타르항공은 환불을 신청할 경우, 고객이 예약 시 기재한 이메일로 바우처 지급해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소비자에 따르면 카타르항공 한국지사 측으로 연락을 취해 “나는 바우처를 원하는 게 아니라 현금 환불을 원한다”고 설명했지만, 카타르항공 한국지사 측은 “바우처 번호를 기재해 리펀드신청 하면 6~12일 정도 이후 환불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며 환불 과정의 불편함을 전했다.

또 카타르항공은 현재 환불 요청 시 수수료를 따로 책정해 지급받고 있는데, 4월초에는 20만원대였으나 4월 중순쯤에는 30만원대로 상향됐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공식홈페이지에서 환불 버튼이 사라져 고객이 항공권을 환불하기 위해서는 직접 메일을 보내거나 한국지사 측으로 연락을 취해야한다.

체코항공도 현재 현금 환불은 불가능하며 기존 항공권 금액의 100%를 바우처로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체코항공 측으로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환불이 어려운가”라고 문의를 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코로나 사태로 운휴가 된 현재는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또 한 소비자는 예매한 체코항공 한국 출국편이 비운항 처리돼 환불을 알아보니 귀국편은 정상 운항을 할 예정으로 확인돼 환불을 요청할 시 750달러의 수수료가 발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외항사들의 극단적인 조치는 현금 확보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보인다.

/ 대한항공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사진)은 현재 전 세계 항공사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현금 환불 대신 바우처나 포인트로 대신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했다. / 대한항공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항공사가 가입된 민간기구인 IATA(국제항공운송협회)는 ‘현 상황에서 사실상 환불이 어려울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지난 3일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승객들에게는 돈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사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항변하면서 나중에 쓸 수 있는 바우처 지급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재 항공사들이 예약 취소 고객들에게 350억 달러(약 43조원)를 환불하게 될 시, 많은 항공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위기 상황임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 7일에도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사무총장은 화상 기자회견에서 “많은 항공사는 취소된 항공권 환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바우처 지급을 거듭 제안했다.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외항사들의 환불거부와 바우처 대체 지급 등은 이 같은 IATA의 권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국내 항공사는 기존 결제한 수단으로 환불을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고객 선택에 따라 바우처나 포인트 지급을 하고 있으나, 향후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 될 시 현금 환불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항공사들이 현금 환불 대신 바우처나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은 당장 한두 달이라도 버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현금 환불 불가를 선언하는 항공사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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