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한 이후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뉴시스(사진=부산일보 제공).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한 이후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뉴시스(사진=부산일보 제공).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 총선이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막을 내린지 8일 만인 23일 돌연 ‘오거돈 쇼크’가 터지면서 정치권이 술렁거렸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180석의 ‘슈퍼 여당’으로 등극하면서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고, 미래통합당은 개헌저지선인 100석보다 3석 많은 103석을 확보하는데 그치면서 총선 참패 충격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오 시장의 사퇴 선언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사퇴 이유는 위암 재발 등 건강 이상 때문이 아닌 성추행 사건 때문임을 오 시장 스스로 밝혔다.

◇ 오거돈 “불필요한 신체 접촉”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부로 부산시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 시민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그러나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또한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며 “저는 한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이러한 잘못을 안고 위대한 시민 여러분들께서 맡겨주신 시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부산시장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최근 시장 집무실에서 여성 공무원과 면담을 하다가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피해 여성은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찾아가 피해 사실을 알렸으며 오 시장에게는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이 사퇴함에 따라 변성완 행정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되며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치러질 예정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3전 4기 도전 끝에 부산시장 자리를 차지했으나 취임한지 1년 9개월여만에 불명예스러운 일로 물러나게 됐다.

오 시장은 지난해에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의혹에 휩싸였었다. 지난해 10월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 등이 출연하는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미투 의혹을 제기했으나 오 시장 측은 “가짜 뉴스”라며 강력 대응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오 시장까지 ‘성 비위 사건’으로 물러나자 매우 당혹해하고 있다. 오 시장 파문으로 안 전 지사까지 다시 소환되며 야당이 거센 공격을 가하고 있어 총선 승리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당 지지도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강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구속 기소된데 이어 오 시장까지 불명예 퇴진하면서 부산‧경남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즉각 오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키로 하고 24일 윤리심판원을 열어 제명할 방침이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 중 사퇴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부산시정 공백이 불가피하게 된 것에 대해 부산시민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 통합당, ‘청‧여권, 사퇴 시점 총선 이후 조율’ 의혹 제기

통합당은 오 시장이 총선 이후로 사퇴를 미룬 정황이 밝혀지자 청와대와 여권이 조직적으로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조율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수사까지 거론했다. 보수 진영 내에서는 오 시장 사건이 총선 전 밝혀졌다면 총선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오 시장이 지난 달 시청의 여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신체접촉을 하고서는 주변 사람을 동원해 회유를 시도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며 “피해자의 인권마저 정치적 계산에 이용하고, 끝까지 부산시민과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려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시사위크> 기자와 만나 “검찰 수사 등 모든 것을 포함해서 오 시장 사건을 덮기 위해 정치적인 술수가 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총선 전에 밝혀졌다면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 시장이 얼마나 부산 시민들과 국민들을 우습게 봤으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현 통합당)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문제는 민주당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사실을 분명 알고 있었을 거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청와대까지 보고됐을 거다”라며 “만일 여성 공무원이 부산성폭력상담소에 제보한 날, 그대로 보도됐다면 분명 이번 총선에 큰 영향을 끼쳤을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선대위, 청와대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 그리고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언론에 왜 즉시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4월 둘째 주에 오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다. 또 피해 여성은 오 시장 측에 사퇴 사유에 추행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자신의 피해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4월 말 이전 사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로 오 시장의 사퇴 시점을 조율했다는 의혹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퇴는) 당과 상의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퇴 시점이 총선 이후인 것에 당 차원의 개입이 전혀 없었나’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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