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인천범시민단체연합 관계자들과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15 총선 과정 부정선거 의혹 관련 기자회견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인천범시민단체연합 관계자들과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15 총선 과정 부정선거 의혹 관련 기자회견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면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인천 연수을에서 낙선한 민경욱 통합당 의원이 27일 인천지방법원에 총선 투표함 증거보전 신청서를 제출하면서다.

민 의원은 이날 인천지법에 해당 신청서 접수를 마쳤다. 민 의원의 증거보전 신청은 선거무효·당선무효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기 전 선거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 수순으로 보인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선관위가 어쩌면 개표 조작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그러나 공갈협박이나 일삼고 거짓 발표나 하는 걸 보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정신차리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는 최근 선관위가 낸 부정선거 의혹 반박 보도자료를 겨냥한 셈이다. 당시 선관위는 “선관위가 투·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근거 없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허위사실 유포를 멈추지 않는다면 강경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 연수을의 관외·관내 사전투표 득표 비율이 일치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같은 조작 의혹은 총선 직후 일부 보수 유튜브 채널로부터 제기됐다. 다만 민 의원은 당시만 하더라도 “선거에 조작 의혹이 있으니 검증해야 한다”는 정도의 수준에 그쳤다.

그때만 해도 당내에선 민 의원의 이같은 움직임에 단순 우려를 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개인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로서 사적으로 연락해 설득하겠다”며 “낙선자들은 힘든 시기이고 힘든 시기에 유튜버들의 부추김에 흔들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민 의원을 변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25일을 기점으로 민 의원의 톤이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순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라 조작 증거를 발견했다며 한껏 공세를 끌어올렸다. 급기야 26일에는 ‘조작 사건’이라며 4·15 총선이 부정선거임을 사실상 확정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민 의원은 25일에만 페이스북에 무려 21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모두 사전투표 개표 조작설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민 의원은 25일 “선거에 관련된 수많은 숫자들이 가리키고 있는 차고 넘치는 모순의 증거들에 애써 눈을 감는 당내 인사들은 자신들의 최소한의 상상력 부재를 의심하라”고 썼다. 또 “똑똑한 프로그래머 1명이 비교적 간단한 작업만 해도 이번 같은 엄청난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도 했다.

26일에는 “개표조작 프로그램의 간단한 코드까지 나왔다. 이제 저쪽에서 탈출하는 사람이 생길 만하다”고 썼다. 다음 게시글에서는 “이번 사건은 민의를 왜곡하고 훼손한 국기문란 사건이며, 서버조작 사건이며, 전자개표기 부정사용 사건이며, QR코드를 불법적으로 이용한 국민기만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대전 유성을에서 낙선한 김소연 통합당 전 후보도 선거조작설 검증에 가세했다. 그는 25일부터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무효 소송 및 증거보전 신청과 관련한 소송당사자 선거인을 모집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김 전 후보는 “미래통합당 후보자였던 신분이 아니라 개인 개업변호사 김소연으로서 이번 공익소송의 대리인으로 당분간 일하기로 했다”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대해 대국민적 의혹이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확인과 검증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검증하자고 나선 낙선 인사들의 공격적 움직임에 통합당 일각에서는 싸늘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에 성공한 하태경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사전투표 조작설의) 오해와 착시는 사전투표와 당일투표 모집단이 근본적으로 다른데 이걸 무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당내 ‘투표조작 괴담 퇴치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최종적으로 결과가 나왔을 때 유튜버에 영혼을 위탁한 정치인이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보자”며 민 의원을 거세게 비판했다. 최근 민 의원은 조작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의 생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유튜버와 결탁한 민경욱이라는 개인의 선택을 이제 지켜보자. 낙선 이후 힘든 시기 달콤한 선거조작론에 끌린 소수종교에게 포교된 피해자 정도로 민 의원을 묘사했지만 이제는 본인이 행동대장이 되셨다”며 “주체적인 사고를 못하고 유튜버에게 낚이는 정치인은 국민들이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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