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 송철호(왼쪽부터)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6월 20일 오후 서울 LS 용산타워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 면담을 위해 면담 장소로 밝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동남권 신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 송철호(왼쪽부터)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6월 20일 오후 서울 LS 용산타워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 면담을 위해 면담 장소에 밝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략적 요충지인 ‘부산·울산·경남(PK)’ 지역 기반이 송두리째 뽑힐 위기에 처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PK 지역 광역단체장 모두가 수사·재판을 받게 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비롯해 송철호 울산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는 모두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지역주의 벽을 허물며 당선됐다.

그러나 3전4기 만에 당선된 오거돈 전 시장은 지난 23일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부산경찰청은 27일 시민단체의 오 전 시장에 대한 고발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방청 여성청소년과장을 수사총괄 팀장으로, 수사전담반·피해자보호반·법률지원반·언론대응반 등 총 24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렸다.

시장과 국회의원 등 울산 지역 선거에서만 8번 패배한 끝에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도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송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해 4월 17일 보석으로 풀려나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PK지역 광역단체장들의 연이은 '스캔들'에 당황한 민주당은 발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계속된 악재로 인한 민심 악화를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7일 재적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해 전원 일치 의견으로 오 전 시장 제명을 결정했고, 휴가에서 복귀한 이해찬 대표는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재호 의원(부산 남구을)은 이날 <시사위크> 통화에서 ‘PK 지역 광역단체장이 모두 수사·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 대해 “아직까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오거돈 전 시장 문제의 경우)민심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이 사죄하고 잘못했다고 하는 것 말고는 지금 특별히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총선 참패로 위기에 몰렸던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오 전 시장과 함께 송철호 시장,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대표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내년 4월 7일) 이외에는 재판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보선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로 PK 3인방 광역단체장들이 모두 보선 대상이 됐다”며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미 기소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송철호 울산시장도 기소돼 재판 중이고, 이번에 오거돈 전 시장도 미투 사건으로 사퇴했다”고 강조했다.

또 통합당은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가 오 전 시장 사건을 총선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총선 이후로 사퇴 시점을 조율했다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통합당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오 전 시장이 피해 여성에게 ‘4월 말까지 시장직 사퇴’를 약속한 공증 서류의 작성 업무를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 변호사를 지낸 법무법인 부산이 맡았던 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현재 이 로펌의 대표로 있다는 점,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으로 재직 중인 김외숙 변호사가 이곳 출신이라는 점 등을 제시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증에 나선 법무법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법무법인 부산이고, 현 대표인 정재성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이며, 오거돈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했던 사람”이라며 “이런 특수 관계인데 어느 국민이 청와대가 몰랐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와 관련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목요일 아침(23일)에 저는 소식을 듣고 놀랍고 참담하기 그지없었다”면서 오 전 시장 사퇴 시점을 조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야당으로부터 민주당의 당헌을 근거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까지 받으면서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열리는 재보선에선 공천을 금지한다’고 못박혀 있는데, 뻔뻔스러움이 극에 달한 민주당은 빠져나갈 궁리부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것이 (당헌에 규정된)중대 잘못에 들어간다는 것이 제 개인 의견”이라면서도 “내년 그때(부산시장 보궐선거) 가서 이야기를 해야겠지. 논의를 하는 시간이 분명히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그것을 주 쟁점으로 가져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리얼미터가 지난달 25~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만7000명을(광역시·도별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3월 전국 17개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조사(전국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 광역시도별로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김 지사와 오 전 시장, 송 시장은 각각 13위(45.1%), 16위(37.2%), 17위(26.7%)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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