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0일 21대 국회가 개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4.15총선을 통해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해 180석을 획득했다. /뉴시스
내달 30일 21대 국회가 개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4.15총선을 통해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해 180석을 획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내달 30일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권 내에서 ‘개헌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오랫동안 ‘애드벌룬’만 띄워왔던 개헌이 21대 국회에서는 가능할까. 1987년 개헌 이후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셌고, 여러 차례 개헌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개헌의 최대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정치적 합의까지는 이루지 못하고 겉돌기식 논의만 이뤄져왔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모두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개헌 저지’ 방침을 세우고 여권이 추진하는 ‘2018년 6월 지방선거·개헌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저지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국회에서 논의가 진척을 이루지 못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26일 직접 국회에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정부 개헌안을 제출했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까지 됐지만 ‘투표 불성립’으로 최종 폐기됐다. 개헌안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192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114명만 본회의에 출석해 사실상 부결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면 개헌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이제 국회의 몫이다”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이번 4‧15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개헌론이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치 의제를 띄워 정쟁을 벌일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국난과 경제위기, 일자리 비상사태”라며 사실상 ‘함구령’을 내렸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신중한 분위기다. 김태년 의원은 지난 28일 기자들에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 당장 개헌을 얘기해서 이게 정쟁의 도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헌을 말했던 분들도 바로 당장 올해하자고 말씀하지는 않더라. 그러나 언젠가는 논의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내대표 후보인 전해철 의원도 <시사위크> 기자와 만나 “저도 20대 국회 때는 끊임 없이 개헌 얘기를 하고 협치의 제도화를 위한 틀에 관한 얘기도 했지만 당장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 급한 것이 아니라면 정치적 의제는 일의 순서상 뒤에 논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 개헌론은 다시 불 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면 개헌론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통해 18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만큼 21대 국회를 개헌의 적기라고 보고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개헌안 의결을 위한 최소 의석수가 200석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20명의 찬성 의원을 더 확보해 개헌안 통과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정의당 6석과 열린민주당 3석, 무소속 이용호 의원 등이 개헌 추진에 동참할 경우 민주당은 추가로 10석을 우군으로 확보하면 된다.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송영길 의원은 지난 27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개헌을 통해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단, 지금 하자는 것은 아니고 21대 국회 전체 4년 임기 과제로 하자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둔 시기부터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의원은 지난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당대회 과정 등에서 분명히 공론화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심각한 과제가 많은데 개헌 논의로 가버리면 모든 것이 빨려가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개헌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고 해도 여야 모두 각기 자신들에게 유리한 권력 구조 개편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된다. 또 여권이 토지공개념 명시 등을 주장할 경우 이념 대결까지 펼쳐지며 여야가 격렬하게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개헌 논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여권에서 총선이 끝나자마자 개헌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집권 연장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24일 한 토론회에서 “행복한 대통령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권력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권력구조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성원 통합당 대변인은 최근 언론을 통해 “21대 국회 원 구성이나 마친 뒤에 해야 할 일이지 지금 상황에서 개헌론을 불쑥 꺼내는 것은 집권 연장을 위한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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