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기세가 주춤하다. 여기에 지난달30일부터 오는 5일까지 이른 바 '황금 연휴'가 시작되면서 쇼핑몰과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제주공항의 모습. 제주국제공항 1층 국내선 도착장이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일 0시 기준 9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국내 지역 확진자는 1명이며, 8명은 해외 유입 사례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구 지역의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0명을 기록했다. 때문에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 안에 갇혀있던 많은 사람들이 슬슬 밖으로 나오고 있다.

◇ 확진자 증가세 주춤하자 인구 이동 급증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크게 감소했던 국내 인구 이동량이 전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앱(App) T맵 이용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주말 T맵 이용자들의 길 안내 요청건수는 2,470만여건으로 지난해 4월 마지막 주 주말 요청 건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발길이 뜸해졌던 실내 쇼핑몰로 향하는 이용자들도 다시 예년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T맵 이용자들이 지난 주말 검색 요청 주요 목적지는 △스타필드 하남 △여주 신세계아울렛 △김포 현대아울렛 △파주 신세계아울렛 △이케아 광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SK텔레콤 “이번 분석을 통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를 앞두고 운전자들의 이동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오른쪽)이 증가한 차량들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오는 5일까지 이어지는 ‘황금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에는 전국 고속도로 교통상황이 평소 주말보다 혼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주요 고속도로는 수도권에서 지방 방향을 중심으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교통정체는 다음날인 1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예상 교통량이 483만대로 평소 주말보다 혼잡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차량이 44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차량은 42만대로 양방향 모두 차량 통행량이 많아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오는 2일 전국 교통량은 500만대로 예상돼 정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광지 역시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재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했다. 

제주도청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4만6,940명이다. 이 중 내국인이 4만6,759명으로 99.6%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의 관광객 수보다 5.6%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내국인의 경우 17.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관광협회는 “기존에 예상했던 4만500명을 훨씬 상회한 관광객 수가 방문하면서 예상치를 크게 넘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주관광공사는 연휴기간 제주도를 방문하는 전체 관광객 수가 22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릉·속초 등 국내 대표 관광지역이 모여있는 강원도 역시 이번 연휴에 북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번 연휴에 약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강원지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속초 및 강릉 지역의 숙박시설 예약률은 약 97%수준으로 집계됐다.

◇ 방심은 금물… 싱가포르 대유행 교훈 잊지 말아야

이처럼 국내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관광지 등 밀집 지역에 인구가 몰리면서 코로나19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달 30일 용인시의 한 백화점을 방문했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려있거나 밀착한 상태로 줄을 서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실히 느슨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용자들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의료계 전문가들도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조금 진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국민과 의료진의 희생·노력으로 국내 코로나19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지금,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방심’이라는 것이다.

방역당국과 의료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까지 방심은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용인시의 한 백화점에서는 대다수의 방문자들이 2m간격의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박설민 기자
방역당국과 의료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까지 방심은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용인시의 한 백화점에서는 대다수의 방문자들이 2m간격의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박설민 기자

대한의사협회는 29일 권고문을 통해 “코로나19의 최근 신규 확진자는 1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나 해외유입 환자와 더불어 신규 지역사회 감염환자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뒀으나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지금, 방역수칙을 벗어난 행동으로 타인을 감염의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고 저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아직 없어진 것이 아니며 우리가 코로나19가 있는 삶에 익숙해졌을 뿐”이라며 “1만명이 넘는 국내 환자발생의 시작이 올해 1월말 1명의 환자로부터였다는 점을 기억해야하며 이번 황금 연휴, 가정의 달 5월은 코로나19 방역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심에 의해 느슨해진 방역망이 얼마나 큰 재난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는 ‘싱가포르 대유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확산 사태 초기에 방역 최우수 모범국으로 찬사를 받아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약 850만원에 이르는 벌금과 최대 6개월에 이르는 징역형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며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억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역 성공에 방심한 싱가포르 당국은 3월 초에 개학을 강행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크게 완화했다. 이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는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확진자 수는 1만4,951명에 달하며 ‘코로나 방역 낙제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일 브리핑을 통해 연휴기간 지켜야 할 예방수칙을 발표했다./ 뉴시스

◇ 경계 늦추지 않는 방역당국, 연휴기간 예방수칙 발표

중앙방역대책본부 역시 연휴기간 지켜야 할 예방수칙을 발표하며 이번 연휴로 인해 ‘제2차 대유행’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1일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예방수칙에 따르면 열이나 기침, 가래, 인후통, 코 막힘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가급적 여행이나 야외활동을 하지 말고 집에 머물러야 한다. 단체 여행·활동을 자제하고 이동 시에는 가급적 개인 또는 가족 단위의 소규모 이동해야 한다.

여행 중에는 손을 자주 씻어 청결을 유지하고 기침 예절(손수건, 옷소매 등으로 가리고 기침)을 지키며 밀폐된 장소나 인구 밀집 장소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줄을 서거나 이동 시에는 사람 간 2m 이상의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여행 장소로 이동 시에는 가급적 개별 차량을 이용해야한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혼잡한 휴게소·음식점 등은 피하고 머무르는 시간은 최소화하고 좌석 간격은 2m를 유지해야 한다. 식사 중에는 대화를 자제한다. 쇼핑몰이나 마트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방문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혼잡한 시간대 및 장소는 피한다.

아울러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실외에서도 2m 거리두기가 어려울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노래부르기, 소리지르기 등 비말(기침이나 말을 할 때 대기 중으로 분사되는 침방울)이 발생하는 행위는 자제하며 악수, 포옹 등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여행 및 야외활동을 다녀온 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외출이나 출근을 하지말고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고열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1339 콜센터나 보건소에 문의해 진료 및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최근 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 내외로 유지되고 있고 해외 유입 사례의 비중이 65%이상으로 높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코로나19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현재 확진자 숫자만 보고 방심하는 것은 경계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코로나19의 조용한 전파, 이로 인한 대규모 집단 발생을 늘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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