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C·LCC 차별 지원 논란에 LCC 추가지원 검토… 자구 노력 병행 강조는 덤

사업보고서 기준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이 남녀 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왜곡된 자료라면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각 사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타를 맞은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각 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항로가 닫히고 이용객이 급감해 존폐 위기를 맞은 항공업계에 정부가 자금 지원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최초 지원 대상 선정에 대형항공사(FSC)가 배제되는가 하면, 지원금 규모도 큰 차이를 보여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손명수 국토부 제2차관 주재로 한국공항공사에서 항공사 사장단 간담회를 개최하고 필요시 저비용항공사(LCC)에 추가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 번 자구 노력을 주문했다.

◇ 최초 LCC만 지원, FSC 불만 쏟아내자 추가 지원… 이번엔 지원규모 차별논란

지난 2월 10일 국토교통부는 김현미 장관 주재 항공사 최고경영책임자(CEO) 간담회를 개최해 항공업계 어려움을 청취했고, 같은달 17일 경제장관회의를 마련해 ‘항공업계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최초로 발표한 항공업계 지원대책에 포함된 항공사는 LCC로 한정됐다. LCC 지원금 총액은 3,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FSC는 불만을 쏟아냈다. 본인들도 자금난에 시달리고, 항로가 다 차단돼 직원들이 힘든 것은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업계의 어려움이 심화되자 정부는 항공업계에 추가 지원을 발표했는데, 대부분이 FSC에 몰려 있어 이제는 LCC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항공업계 지원대책이 발표된 직후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여객 감소에 따른 피해는 FSC와 LCC가 다른 게 없는데 어떻게 지원 대상을 나눌 수 있냐”고 토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3월 18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어 항공업계 추가지원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이때 추가지원 방안에도 FSC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추가지원에는 △착륙료·계류장 사용료 감면 △주기료 면제 △운수권·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 회수 전면 유예 △항행안전시설·계류장 사용료 및 구내 영업료 납부 유예 등이 포함됐다.

정부의 이러한 지원 결정에도 항공업계는 지원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토로했다. FSC가 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고, 대부분의 지원이 면제가 아닌 ‘납부유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항공기가 주기장에 발을 붙인 채 날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여객이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감한 것을 인지한 정부는 결국 지난달 말 FSC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

정부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를 앞두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등을 지원할 것을 지난 4월말 발표했다.

이를 두고 또 다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LCC 6개사 지원 규모는 단 3,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FSC 2개사에는 2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현재 항공업계 지원규모 3조2,000억원의 90%가 FSC에 집중된 것이다.

또한 LCC에 지원을 약속한 3,000억원은 집행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LCC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가득하다. 정부가 LCC 지원을 발표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집행된 금액은 제주항공과 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에 투입된 약 1,30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나머지 1,700억원은 제주항공이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 LCC인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3곳은 아예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다. 플라이강원에 대해선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 2개사는 아직 첫 비행조차 시작하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전망이다.

이에 한 LCC 관계자는 “지원금 3,000억원은 한 항공사가 아닌 LCC 6개사가 나눠 써야 해 각 사에 실질적으로 지원되는 금액을 따져보면 FSC의 10%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이 정도로는 한 달에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 처리만으로도 벅차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LCC 측의 이러한 불만에 국토부는 최근 항공사 사장단 간담회를 개최해 LCC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외 항공사들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주기된 채 비행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 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외 항공사들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주기된 채 비행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 제갈민 기자

◇ LCC 추가 지원 검토할 예정… 단, 자구 노력 병행 전제

지난 29일 국토부는 국내 9개 주요 항공사 최고경영자(CEO)와 한국·인천공항공사 사장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손명수 국토부 제2차관은 “183개국의 입국제한 조치와 여행 수요 급감으로 국제선 운항이 전년 동기 대비 98% 이상 줄어 올해 상반기 6조원 이상의 항공사 매출피해가 예상된다”며 “LCC인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에 3,000억원 범위 내 융자지원을 실행했고 필요시에는 추가 자금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손 차관은 이어 항공사의 자구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과 함께 항공사의 자구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본 확충을 위해 노력해 주실 것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항공업계는 지난 3월부터 자구책을 마련, 시행에 나섰다.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순환 유급 또는 무급휴직을 행하고 있으며, 임원진 임금 반납 기간을 늘리거나 삭감 정도를 확대, 유상증자 검토 등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셧다운을 시행에 옮겨 비행을 아예 멈춘 상태다.

이미 노선 운휴와 여러 부분에서 비용 절감 등을 단행해 더 이상 퇴로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추가 자구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한 LCC 관계자는 “현재 LCC 지원 규모는 FSC에 비해 적고, 지원 속도도 더뎌 LCC 대부분은 자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며 “LCC 추가 지원 검토에 대해선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지원을 결정할 때마다 자구 노력을 병행해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하면 지금 하고 있는 조치 외에 무엇을 더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 자구 노력 여부에 따라 지원을 해준다는 것인데 답답할 따름이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상황에 또 한 번 자구책을 강구하라는 손 차관의 말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 운항이 중단이 되면서 현재 항공업계는 약 70%의 인력이 휴직·임금삭감 대상으로 지정돼 고용 불안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항공을 포함한 7대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전제 조건으로 고용 유지, 보수 및 배당·자사주 취득 제한 등 도덕적 해이 방지, 정상화 이익 공유 등을 지킬 것을 내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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