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반지하 개선 사업 추진, ‘기생층’ 용어 썼다 논란
“반지하 거주민에 배려 없는 용어다” 비판 일자 사과

SH공사(김세용 사장·사진)가 반지하 개선사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기생층이라는 용어를 썼다가 논란을 샀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때 아닌 구설로 진땀을 뺐다. SH공사가 복지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할 다세대·다가구 반지하 공간 명칭을 ‘기생층(기회가 생기는 층)’이라고 표현했다가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SH공사는 ‘반지하 거주민에 대한 배려없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서둘러 사과했다. 

◇ 반지하가 기생층(기회가 생기는 층)으로… 홍보용 문구 하나가 불러온 구설수   

SH공사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가 소유한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공간을 청년 및 주민을 위한 복지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반지하 공간에 거주하는 세대를 지상층으로 옮기고, 해당 반지하 공간을 청년창업 교실, 커뮤니티 시설 등의 복지 시설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면서 SH공사는 새롭게 탈바꿈할 반지하 공간을 ‘기회가 생기는 층’이라는 의미를 담아 ‘기생층’이라는 용어로 명명했다. 아카데미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영화명을 차용해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줄임말을 쓴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난한 가족이 부잣집 가족과 엮이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그런데 해당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마자 여론이 들끓었다. 축약어인 ‘기생층’이라는 표현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상에선 “반지하 거주민이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작명이다” “영화 내용 안 보고 아이디어를 냈나” “이런 아이디어가 어떻게 승인이 난 거냐”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사용한 줄임말이지만 반지하 공간을 언급하면서 ‘기생’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SH공사는 서둘러 사과하고 해당 용어를 다시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청년들에게 기회 공간을 만든다는 선한 의미로 사업을 추진키로 했고 사업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해당 용어를 썼는데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저희의 의도와 무관하게 시민들의 오해를 사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용어는 언론 보도자료에서 (이해를 돕고자) 사용됐을 뿐,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작명하거나 브랜드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그런 표현을 쓰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세용 사장은 이번 계획을 공개하며 “SH공사 소유 다가구·다세대주택의 반지하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야심찬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청년과 주민들에게 복지 공간을 만들겠다는 사업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홍보 과정에서 잡음을 노출되면서 좋은 취지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점에 대해선 아쉬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야심차게 사업 계획을 알린 김 사장 입장에선 더욱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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