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G에 대한 수많은 음모론이 전 세계에서 팽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를 5G가 퍼뜨린다는 소문부터 중국의 세계정복을 위한 초석이라는 의견까지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된 부정확한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shutterstock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리고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5G’가 ‘정보화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초고속 통신속도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전송할 수 있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모든 4차 산업혁명의 분야들은 5G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는 ‘5G의 시대’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5G에 대한 수많은 음모론이 전 세계에서 팽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를 5G가 퍼뜨린다는 소문부터 중국의 세계정복을 위한 초석이라는 의견까지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된 부정확한 정보들이 인터넷 상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 5G가 코로나19를 전파한다는 ‘음모론’, 유럽 내 급속도 전파

지난 3월부터 유럽에서는 SNS(사회 연결망 서비스)를 통해 5G가 코로나19와 연관됐다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5G통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의 면역체계를 파괴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게 만든다는 것이다. 심지어 5G네트워크 망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흘러들어와 전염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와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5G통신망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는 주장이다”라며 “5G기지국은 도시권 등 인구 밀집 지역에 설치하기 때문에 기지국 근처 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타격을 받고 있는 유럽에서 이에 대한 울분을 쏟을 희생양으로 5G를 삼은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러스는 무선 전파나 네트워크를 타고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5G모바일 네트워크는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없다”며 “코로나19는 감염자가 기침, 재채기를 하거나 말을 할 때 발생하는 비말, 오염된 손으로 눈,코,입 등 얼굴을 만질 경우 전파된다”고 밝혔다.

5G가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한다는 유언비어가 유럽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청 본부 근처에서 한 여성이 5G를 금지하자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뉴시스

문제는 우스갯소리에 불과할 것 같은 해당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유명 영화배우들과 가수들도 이 같은 음모론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영화 ‘헝거게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좀비랜드’로 잘 알려진 우디해럴슨은 자신의 SNS에 “수많은 내 친구들이 최근 5G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충분히 알아보진 않았지만 꽤 흥미로운 내용 같다”는 글과 함께 5G음모론이 자세히 쓰인 문서를 공유했다.

영국의 싱어송 라이터 앤 마리 역시 SNS에 “도대체 누가 5G가 필요하다고 했는가, 당신이 무엇을 하던 5G는 결코 이용해선 안된다”고 올린 바 있다. 이에 대한 해외 누리꾼들의 반발이 거세자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유럽 곳곳에서는 5G통신 송신탑에 방화 사건까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일 BBC보도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 리버풀, 멜링 지역 5G기지국에서 잇따라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통신 업계 종사자들에게 5G 통신탑을 파괴하겠다는 협박전화까지 지속적으로 걸려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현재까지 약 60여개의 5G통신탑에서 방화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영국 외에 다른 유럽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난달 16일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 마을에 위치한 5G 통신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네덜란드 조사 당국은 이번 방화 사건을 5G네트워크가 코로나19 확산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네덜란드에서는 유사한 기지국 방화시도가 약 11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지난 5일 “이 같은 5G에 대한 허위정보로 인한 행동은 인프라와 공공서비스, 경제를 지키는 핵심 근로자들을 겨냥한 파괴 행위”라며 “영국에서 발생한 5G기지국 방화와 같은 행위를 규탄한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5G기지국 밀집지역 무선주파수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 블로그 게시글./ 블로그 캡처

◇ 우리나라에서도 5G음모론 ‘솔솔’… ‘테크노 포비아’ 주의해야

우리나라 역시 5G에 관한 음모론에서 안전지대는 아니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에서는 유럽에서 퍼지고 있는 ‘5G 코로나19 음모론’과 유사한 내용의 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블로거는 “5G기지국 밀집지역 무선주파수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정부는 5G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블로거는 “같은 것은 같은 것을 끌어당긴다는 우주의 원리를 적용하면 5G의 전자파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끌어들인다”며 “5G의 전자파가 인간의 신체 보호에너지 장 표면에 정전기 형태로 붙어 있다 같은 에너지 강도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변에 접근하면 끌어당긴다”고 주장했다.

5G가 중국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퍼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울러 5G가 중국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퍼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누리꾼은 “현재 우리나라는 ‘민식이법’ 피해 방지하기 위한 명목으로 5G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을 적극 도입하려고 한다”며 “민식이법을 빌미로 전국곳곳에 설치된 중국산 5G장비 기반 통신망을 통해 여러분의 휴대폰, PC, 가정용 cctv 등을 들여다보며 사생활 감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동에 취약한 한국인들의 특성을 이용하는 중국이 뒤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중국 5G장비 등에 의해 백도어가 설치된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며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꾼의 주장은 음모론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정확한 사실이나 잘못된 정보들을 통한 ‘5G 음모론’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가 ‘테크노 포비아’ 현상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크노 포비아란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와 ‘공포증’을 의미하는 ‘Phobia’의 합성어로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공포감이나 적대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이 미지의 분야에 갖는 공포감에서 비롯되는 공포증 중 하나다. 처음 카메라가 등장했을 때 사진을 찍으면 인간의 영혼이 빼앗긴다는 소문 때문에 사진 찍기를 거부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현상은 현대에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AI나 로봇과 같은 첨단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통신망의 전자파 등으로 인한 건강문제 유발, 돌연변이, 새로운 질병의 창궐 등으로 결국 인간이 멸망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다.

5G 역시 우리 생활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년이 조금 넘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러한 테크노 포비아가 유발될 수 있다. 자신이 거부감을 느끼는 5G에 대해 다른 핑계를 붙여 ‘못 믿을 기술’이라는 주장하는 것이 현재 ‘5G포비아’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홍상진 명지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4차 산업혁명이 AI, 로봇 등으로 표현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반복 작업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일부에서는 그런 일자리가 없어지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 많은 데이터 통신으로 자동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든 5G라고 생각해 배척해야할 타겟으로 잡는 현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님의 말씀을 인용하면 우리는 앞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구분해야 한다”며 “첨단 기술문명을 받아들여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을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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