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패러다임 저 너머 반대편에 서서 이곳을 다시 바라본다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일 것이며 이전으론 다시는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동명의 영화로 익숙한 마이클 클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의 등장인물인 수학자 맬콤 박사가 첨단 기술로 복원된 공룡들을 바라보며 이 같이 말했다. 이것은 새로운 과학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한번 바뀐 사회, 산업 등의 패러다임은 영원히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묘사하는 장면이다. 

우리는 수많은 과학 기술 발전을 통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어왔다. 142만년 전 불의 발견부터 17세기 증기기관의 발명, 20세기에 이르러 도래한 컴퓨터와 인터넷의 시대, 현재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학 기술의 발전들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결코 이 기술들이 만들어지기 이전 시대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 자동차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또다시 대규모의 패러다임 변화가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단순한 정보통신기술 발전을 넘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초고속 통신망 5G, 암호화폐 등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AI를 탑재한 로봇이 운영하는 호텔과 식당, 안전과 정확성, 생산성이 크게 강화된 스마트 팩토리,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등의 기술은 우리 생활의 질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첨단 과학기술을 극렬히 거부하는 ‘테크노 포비아’ 역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모든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핵심인 5G통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와 같은 변종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며 5G의 도입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지만 이들은 이에 대해 기득권 과학자들이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대중의 눈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근거 없이 과학기술을 반대하는 테크노 포비아적 시점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영국과 유럽에서는 5G통신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킨다는 ‘도시괴담’이 퍼지면서 수십개의 기지국에 방화사건이 발생했고 통신업계 관계자들에게 모욕과 협박이 가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테크노 필리아’적 시점도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원자폭탄, 우리가 엄청나게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이 일으킨 환경오염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초래된 문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사례들은 확실히 ‘과학적’으로 문제가 됐다는 것이 검증된 과학기술의 오용 사례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5G와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물론 역사가 증명하듯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이 악용되는 사례, 예기치 못한 문제점 등은 분명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과학자, 기술자들의 노력, 많은 사람들의 ‘올바른’ 비판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듬어질 수 있다는 것 역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머지않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향하는 패러다임의 경계를 넘는 이 시점에서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뒤에 남을지를 선택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게 된다면 결코 이전 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각오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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