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과 미래통합당 주호영 의원이 여야 새로운 원내대표로서 행보를 시작한 가운데, 이들이 21대 국회에서 어떠한 협치를 보여줄지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남은 법안 처리에 뜻을 모으며 산뜻한 출발을 했지만, 국회 원구성 등 걸림돌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향후 정국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원내대표는 지난 7일과 8일에 각각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 의원들의 선택을 받은 데 이어, 하루 뒤에 주 원내대표가 통합당 신임 원내대표로 결정됐다.
당선된 이들은 서로에 대한 칭찬과 함께 ‘협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정치권의 기대감을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주 원내대표에 대해 “국회 대표적인 신사로 내공이 깊으신 분”이라며 칭찬했다. 주 원내대표 또한 “(김 원내대표는) 협상 경험이 많고 정책위 의장도 겪었기 때문에 아주 잘하실 것”이라며 “상생과 협치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이 행보에 나서면서 훈풍 기류가 형성됐다. 두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대구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첫 회동을 가졌다. 주 원내대표의 부친 상가(喪家)가 마련된 곳이다. 이날 오후 직접 빈소를 찾은 김 원내대표는 애도를 표한 뒤 30여 분간 비공개 회동을 가지고 20대 국회 현안 처리를 논의했다. 주 원내대표 역시 이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뜻을 모은 만큼 20대 국회 내에서 남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11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방역과 경제 대책 관련 법안들은 5월 국회에서 처리했으면 좋겠다 말씀드렸다”며 “N번방, 과거사법 등도 법사위 계류 중인데, 5월 중 임시국회 한번은 소집돼 최대한 처리토록 하겠다. 그것은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의 행보가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5월 임시회와 법안 처리에는 합의점을 찾았다지만, 21대 국회 원구성 등을 두고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래한국당의 독자 교섭단체 소문이 무성한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경고장을 날리면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그건 반칙에 또 한 번의 반칙이기 때문에 인정할 이유가 없다”며 상임위 배정 때 위원장 배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나 법제사법위원회를 둘러싼 갈등 조짐도 보이고 있다. 관례상 야당의 몫으로 남겨뒀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민주당이 군침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 자리가 관례대로 야당에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문제다. 김 원내대표는 경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그동안 법사위가 각 상임위 법안을 심사하면서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야당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야당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여야 갈등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향후 정국은 주 원내대표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총선 참패 여파가 지속되는 당 내부 정리는 물론, 한국당과 통합 문제 등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여대야소 정국 속에서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노련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의석수 때문에 야당 원내대표로서 아주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할 것이다”며 “야당이 버틴다고 해서 버텨질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두 대표가 잘하겠지만 사실 김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상이 잘 안 되면 추진력이 강한 분이기 때문에 끌려 다니지는 않을 사람”이라며 “여야 원내대표들이 소통하고 협상해서 잘 조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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