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전문 기업 한섬이 화장품 산업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다. / 한섬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이 화장품 산업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다. / 한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화장품 사업이 패션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패션업체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종사업인 화장품에 고개를 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 패션 한 우물 판 한섬의 ‘첫 외도’

‘타임’ ‘SJSJ’ 등을 전개하는 한섬이 추진할 화장품 사업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한섬은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이하 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 한섬은 클린젠 인수를 통해 확보한 화장품 제조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내년 초 고품격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걸 맞는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 한다는 구상이다.

한섬의 화장품 사업 진출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섬은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새 사업목적으로 추가해 업계에 기대감을 불러 모았다. 신규 사업 계획을 공표하더라도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한섬은 속도감 있게 밀어 붙여 1년여 만에 신사업의 첫 단추를 꿰는 데 성공했다.

지분을 인수한 클린젠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클린피부과’와 신약개발전문기업 ‘프로젠’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미백·주름·탄력 등에 효과가 있는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섬 관계자는 “클린젠 주요 주주인 클린피부과, 프로젠과 화장품 제조 특허기술 및 원재료 공급 체계 등을 협업해 화장품 개발과 제품 생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1987년 창사 이래 패션 한 우물만 파온 한섬의 외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섬이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 건 패션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화장품을 점찍은 건 핵심 경쟁 요소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패션과 마찬가지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차별화된 제품 개발 능력과 고도의 제품생산 노하우 등이 사업의 성패를 가로 짓는 열쇠가 된다. 또 백화점 등 유통망이 겹쳐 새롭게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 SI ‘비디비치’ 2,000억 브랜드로… LF ‘아떼’도 순항

한섬 관계자는 “타임, 마인 등 기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에서 쌓은 이미지를 ‘프리미엄 스킨케어’ 사업으로 이어가기 위한 포석”이라며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프리미엄 화장품 핵심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를 극대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종사업이라고는 하지만 패션과 화장품은 확실한 케미를 보이며 ‘이웃사촌’ 관계임을 입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 2012년 인수해 안착시킨 ‘비디비치’ 사례는 패션과 화장품의 시너지를 입증시킨 최초 사례로 꼽힌다. 인수 당시 연매출 19억원에 불과했던 비디비치 매출은 지난해 2,000억원을 돌파하며 SI의 효자로 거듭났다. 단일 브랜드가 지난해 SI 전체 코스메틱 사업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셈이다. 중국인들의 특성에 맞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LF도 패션과 화장품을 주축으로 한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6년부터 프랑스 ‘불리1803’과 네덜란드 ‘그린랜드’ 등 해외 브랜드의 영업권을 얻어 화장품 사업을 이어온 LF는 2018년 남성용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를 활용한 ‘헤지스 맨 스킨케어’로 남성 화장품 시장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 하반기엔 비건을 콘셉트로 한 PB ‘아떼’를 론칭해 자체 여성 화장품 브랜드도 확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파워블로거나 인스타그래머 등도 OE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다. 패션업체 뿐 아니라 문구, 렌탈 등 여러 업종의 기업에서 화장품을 눈여겨보고 있는 이유”라면서 “화장품 전문 브랜드와 차별화 된 제품력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추지 못한다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코스메틱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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