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국회와 식물국회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던 20대 국회가 막을 내린다. 지난 4‧15 총선을 통해 선출된 21대 국회의원 임기는 오는 30일부터 시작된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미래 비전에 한 표를 행사했고, 177석 거대 여당과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어냈다. 국민들은 이들에게 기회를 줬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달렸다. <시사위크>는 앞으로 4년 동안 21대 국회를 이끌어갈 국민의 일꾼들로 어떤 인물들이 진입했는지, 또 그들의 과제는 무엇인지, 그들에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미래통합당의 제21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84명 중 39명이 초선이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미래통합당의 제21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84명 중 39명이 초선이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 84석 확보에 그쳤다.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105석을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통합당이지만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면서 새롭게 등장한 얼굴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전체 당선인 절반에 달하는 40명(47.6%)이 초선 당선인이다.

통합당은 지난 8일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원내지도부를 구성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여부와 관련한 향후 지도체제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주 원내대표가 당의 진로를 당선인들의 총의를 모아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당내 절반 지분을 차지한 초선들의 존재감이 작지 않다.

통합당 초선 당선인 40명은 어떤 인물들일까. 성별은 남성 34명과 여성 6명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 대다수는 주로 영남권 출신(PK 16명·TK 12명)으로 각 지역 구청장, 시장, 군수, 시·도의원 등을 지낸 지역 토박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황보승희(부산중영도)·정동만(부산기장)·백종헌(부산금정)·이주환(부산연제)·전봉민(부산수영) 당선인 등이 부산시 의원을 지냈다. 강대식(대구동을)·김승수(대구북을)·홍석준(대구달서갑) 당선인은 각각 동구청장·대구시 행정부시장·대구시 경제국장을 역임했다.

박성민(울산중)·권명호(울산동) 당선인은 각각 울산시 중구청장과 동구청장을 지냈다. 정찬민(경기용인갑) 당선인은 용인시장, 김선교(경기여주양평) 당선인은 양평군수, 엄태영(충북제천단양) 당선인도 제천시장 출신이다. 경기도 행정부지사 출신 박수영(부산남갑) 당선인·경기도의원 출신 최춘식(경기포천가평) 당선인·경북도의원 출신 구자근(경북구미갑) 당선인·경남도의원 출신 강민국(경남진주을) 당선인·거제부시장 출신 서일준(경남거제) 당선인 등 관련 인사만 18명에 달한다.

다수 당선인들이 기존에 몸담고 있던 정당과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당선된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몇몇 특정 인사를 제외하고는 특정 계파를 따지기 어렵다.

예컨대 김웅(서울송파갑)·강대식 당선인 등을 유승민계, 김은혜(경기성남분당갑) 당선인을 이명박계로, 배현진(서울송파을) 당선인을 홍준표계 정도로 분류할 수 있지만 각 계파가 세력화를 한 것도 아닌데다 당장 통합당 지도체제조차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선들이 특정 계파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일 이유도 없다.

특히 배 당선인이 당선 직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준표 키즈’라는 별칭에 대해 “아주 선정적"이라며 “어떤 누구의 배현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이 단적인 예다. 더구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현재 무소속 신분으로 복당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의 국회 의정활동은 어떨까. 초선 당선인 중 약 절반이 지역행정·의정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외에도 타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당선인들도 적지 않다.

김웅·김미애(부산해운대을)·김형동(경북안동예천)·유상범(강원홍천횡성영월평창)·박형수(경북영주영양봉화울진) 당선인은 법조계 출신으로 향후 더불어민주당과 공직선거법·공수처법 관련 협상 과정 등에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김용판(대구달서병) 당선인과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서범수(울산울주) 당선인 등 경찰 출신은 검경수사권 조정 등 현안 대응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영북한공사를 지낸 탈북자 출신으로 대북안보분야에 특화된 태구민(서울강남갑) 당선인의 의정활동도 관전 포인트다.

언론계 출신 당선인도 있다. 앵커 출신 배현진·김은혜 당선인, 기자 출신 안병길(부산서동)·윤두현(경북경산)·정찬민(경기용인갑)·최형두(경남창원마산함포) 당선인 등이 주인공이다. 특히 MBC 퇴사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배 당선인의 경우 상임위가 과방위로 배정될 경우 국정감사에서의 활약이 주목된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내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기조를 강하게 비판해왔던 윤희숙(서울서초갑) 당선인과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서울강남병) 당선인 등이 눈길을 끈다. 유 당선인은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공익위원을 맡기도 했다.

여성 분야에서는 한국여성유권자연맹중앙회장을 역임한 양금희(대구북갑) 당선인과 황보승희 당선인 등이 있다. 황보 당선인은 APEC여성의제 채택을 위한 여성연대 간사·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전국여성지방의원협의회 부산대표 등의 경력이 있다.

환경 분야에는 이명박 정부 산림청장 출신 하영제(경남사천남해하동) 당선인, 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대응 가능한 인사로는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1993~1994) 경력의 김영식(경북구미을) 당선인을 꼽을 수 있다. 그밖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은 김희곤(부산동래)·김병욱(경북포항남구울릉)·정희용(경북고령성주칠곡) 당선인이 있다.

다만 이들 40인은 산술적 나이로 보여지는 외견상 ‘젊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통합당 최연소인 배현진(37) 당선인을 제외하면 30대 자체가 전무하다. 이어 40대 7명, 50대 22명, 60대 10명 순이다. 최고령자는 1954년생인 하영제(66) 당선인이다. 평균 나이는 54.85세다. 세대교체 바람에 표면적 초선은 늘어났지만 연령 측면의 세대교체는 요원한 모습이다.

따라서 초선 당선인들은 의정활동뿐 아니라 국회 밖에서 보여지는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자칫 ‘보수 꼰대’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새내기 의원으로 첫발을 뗄 이들이 21대 국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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